▲ 경주시장기 전 국궁도대회(경주황성공원)

 천년고도 경주에 가면 황성 공원 안에 궁사들이 모인 ‘호림정’이 있다. 궁도는 국궁이라고도 하며 민족의 혼과 얼이 깃든 전통무예로, 인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좋은 이정표이다. 호림정은 화랑 정신을 지속적으로 전승발전 해 온 영남 ‘궁도의 장’이다. 

이 호림정에서 지난달 최상운(경주시궁도협회/호림정 사두)회장과 최양식 경주시장, 정수성 국회의원, 권영길 경주시의회의장, 장영백 경북궁도협회장, 문화식 화랑정 사두, 조승현 일요저널 총괄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시 주관  전국 궁도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은 포항 송호정(김도원,오상민,손종환,오현수,전인학)에서 개인전 노년부는 함안 백이정의 이순주, 장년부는 여수무선정의 김영선 , 여자부에서는 대전 무덕정의 방규숙씨가 각각 차지 했다. 전국에서 모인 궁사 700여명이 출전해 국내 3대 궁도대회의 위용을 뽐냈다. 

 궁도는 궁도 9계훈(인애덕행, 성실겸손, 자중절조, 예의엄수, 염직과감, 습사무언, 정심정기, 불원승자, 막만타궁)에도 잘 명시되어 있듯이 예절과 기개,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 그리고 승자를 존중하고 패자를 격려할 줄 아는 우리민족의 정신과 기백이 서려있는 전통문화다. 

특히 호림정은 1957년 발기해 경주지역의 사우들이 세운 사정이다. 현재 경북지역의 중심사장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삼국유사 권 오(券 五)에 의하면 신라 원성왕 때 호랑이가 성 안에 들어와 큰 소동을 피웠으나 막을 사람이 없었다.

김현과 호녀(虎女)의 설화를 기록한 ‘논호림(論虎林)’에서 기원

김현이 흥륜사에서 탑돌이를 하다가 범이 현신한 호녀(虎女)를 만나 정을 통하였는데 김현은 그 호랑이를 쫓아내 숲속에서 퇴치하게 된다. 이후 김현은 그 공으로 큰 벼슬을 얻게 되었다. 김현은 죽은 범을 위해 호원사(虎願寺)를 지어 명복을 빌었고 임종을 앞두고는 과거 호녀와의 신기한 일을 적어 세상에 전하게 되었으며 그 책의 이름을 ‘논호림(論虎林)’이라고 했다. 

논 호림은 김현과 호랑이 처녀의 인연을 기록한 글로 현재 전해지지는 않는다. 황성공원의 숲이 논호림으로 불렸고 논호림이라는 이 숲 이름을 딴 정자가 현재의 ‘호림정’이다. 

‘호림정사 편집사료’(1993년, 윤기용 사두(전 회장)지음)에서는 ‘궁도는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가장 대중화된 무예로서 장부의 호연지기를 길러왔다. 궁도는 이렇듯 조상의 얼과 슬기가 담긴 전통의 무예로 경주에서는 1940년경까지 이어졌다. 

경주의 궁도역사 또한 많은 사연을 겪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갑오경장 이후 활은 무기로서는 그 기능을 발휘 할 수 없다고 해서 국민의 심신 수련용으로 권장되고 있을 때 일제 강점기에 왜인들은 무기로 사용할 것을 염려해 전국 궁도장을 폐쇄조치 하기에 이른다. 경주는 이규평 선생 등이 주축이 돼 1940년까지 어렵게 그 명맥을 이어왔다고 전해온다. 

1957년, 궁도의 맥을 잇고자 황성공원에서 정자도 없이 ‘호림정’ 현판을 세우고 습사 

당시 이규평 선생은 좌궁으로서 궁력이 장사급이며 화살은 한 냥 두 푼짜리로 습사했으며 경북권에서는 막강했다고 전한다. 이 무렵 경주공고 옆에서 활 쏘는 것을 봤다는 이도 있다고 한다’ 

이후 일제가 패망하기까지 전국의 궁도장이 거의 휴정 상태였다가 해방 이후 차츰 부활돼 경주에서는 1957년, 궁도의 맥을 잇고자 뜻있는 이들이 모여 황성공원 현충탑부근에서 정자도 없이 호림정 현판을 세우고 습사한다. 

이 현판은 계파 최 윤 선생의 글씨로, 망실될 뻔 하던 것을 당시 호림정 회원이었던 경주고 재단이사장 이상열 선생이 현판을 구입해 현재 호림정 사무실에 보관중이다. 한편, 현재 호림정의 현판은 이상구 선생의 글씨다. 

당시 발기인으로는 이종기, 남우영, 정전규, 이상구, 임두혁 등이다. 그 이전 경주에는 해방 전에도 활터가 있었으며 그 활터 이름은 ‘신라정’이라 했다.

 1975~1976년 진행된 안압지 발굴 조사 결과,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건물임이 밝혀져 철거하기로 결정했지만 1977년 최 시장이 호림정으로 이관하게 한 것이다. 

사라질 뻔한 이 정자를 활터로 옮겨 온 것이다’ 이에 ‘호림정의 사정을 애석히 여긴 최 시장이 3대 임두혁 회장과 협의해 주춧돌부터 기왓장, 기둥까지 수습해 호림사 전설이 담긴 바로 현재의 이곳으로 1981년 이건한 것이다. 주춧돌이 부족해 임 회장이 서천 냇가를 헤매고 다니면서 주춧돌을 마련했다’고 ‘호림정사 편집사료’에서 기록하고 있다.

26대 사두 최상운 회장, 화랑의 후예다운 기상과 풍모보이며 호림정을 전국 최고로 만들어

호림정은, 1926년 일제강점기 안압지 동편에 지어진 정자인 임해정을 1977년 최태진 경주시장이 취임해 현재의 장소로 이건했다. 이후 1981년 반월성에서 현재위치인 황성공원으로 옮기고 1984년 사대를 건립했다. 

1987년 관리사도 건립하고 1990년 잔디밭을 만들어 사장을 조성했다. 이곳의 26대 사두 최상운 회장은 백발의 외모에서 풍겨기는 카리스마와 말투에서 나오는 국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과연 화랑의 후예다운 기상과 풍모을 보이고 있다.

▲ 경주 호림정 최상운 사두

최상운 회장은 “호림정의 조선시대 마지막 이름인 ‘백천정’은 ‘경주읍지’에 기록으로 전한다고 한다. 국궁이란 궁도의 하나다. 궁도는 국궁과 양궁으로 나뉘어 진다. 양궁이 분리돼 나간 것이다”면서 “국궁은 사법부터 다르다. 

온 허리를 틀어, 활을 당기는 손이 어깨까지 온다. 반면, 양궁은 현이 입술에 온다. 양궁 과녁은 60, 90m인데 국궁은 145m로 단일하다. 과녁 크기도 물론 다르다. 끌어당기는 손의 위치, 발의 자세, 호흡법, 시위를 놓는 힘 등이 다르다. 국궁은 올림픽 종목에 없다. 우리 한국만의 고유의 전통 활쏘기다”며 국궁과 양궁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호림정의 현재 회원은 100여 명 정도로 여성회원은 약 15~6명 정도다. 2004년 전국 체전에서는 경북도 체육회 소속으로 1위를 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최상운 회장과 함께 제 2의 도약을 하고 있는 호림정에 궁도인의 관심이 모아진다. 

조승현 사장/대기자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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