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은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을 경험할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 이후 신흥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부채증가율이 높은 중국의 버블이 터질 것이다. 거대한 재앙이다.”

세계적인 인구학자 해리 덴트는 198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을 예견한 인구학자의 말이다.

2006년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추락하자 정부는 그때부터 ‘새로마지 2030’ 플랜 등 수많은 출산 장려 정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세계 최악 수준인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종말’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은 2018년이면 고령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불과 18년 만이다. 이는 앞서 고령화 문제를 겪은 선진국들을 한참 앞지른다. 미국(73년) 독일(40년)은 물론 대표적 장수 국가인 일본(24년) 보다도 6년이나 빨랐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15년이 걸렸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도 불과 8년 걸릴 것으로 예상돼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평균 27.3세였던 여성 초혼 연령은 30.9세로 더 늦어졌다. 이에 비해 불가리아(25.7세)나 미국(28.1세)은 물론 만혼이 보편화한 영국(28.3세)이나 이탈리아(30.6세)보다도 늦은 나이다. 사실상 세계 최고다.

한국은 두 차례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통해 152조1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저출산 관련 예산 지출은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정책관련 예산지출 비중은 0.57%로 OECD 평균 2.18%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3.5%를 넘는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과 특히 격차가 컸다. 프랑스는 세제와 연금크레디트, 각종 수당을 통해 양육에 지원하는 비용만 GDP 대비 2.8%에 달했다.

출산을 기피하는 풍속 속에서 인구를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이민 확대다.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9일 세계은행이 내놓은 ‘장수와 고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이민자 비중은 1.1%로 조사 대상인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싱가포르(40.7%)나 호주(25.7%)는 물론 일본·태국(1.7%)보다도 낮은 수치다.

한국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50%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빈곤율이란 중위소득 절반(50%)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 비중을 뜻한다. 이는 OECD 평균인 13%와 비교하면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은 노인 수입 면에서도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전체 평균소득 대비 노인 평균수입은 60%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룩셈부르크(106%)는 오히려 노인 평균수입이 전체 평균소득 보다 높았다.

인구절벽이 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구가 감소하면 소비가 준다.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노인들이 늘면서 경제는 급격히 활력을 잃게 되고 생산성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것이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부실도 커질 것이다. 

이로 인하여  기업대출 회수로 번질 것이고. 투자는 움츠러든다. 일자리도 줄어든다. 경제를 유지하는데 어느 정도의 적정 인구, 생산기능 인구가 필요한데 그게 무너지면 잠재 성장률도 급락하고 만다. 추락하는 와중에 밧줄이라도 잡으면 좋으련만, 그런 밧줄을 준비하지 않으면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만다.

결국 국가라는 존재가 없어지고 종말이 오고 만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늦추는 이유는 무엇인가.

1.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정부가 못 짚는다는 거다.

선거가 최우선인 정치권 인사나 그 선거에 의해 당선된 자에 의하여 임명된 정부는 출산문제는 당장 닥치는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며 쏟아 부은 출산 예산이 다른 곳에 투자되면 더 많은 득표가 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참 이상한 건, 복잡할 게 하나 없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정부가 못 짚는다는 거다.

2. 돈 문제이다

즉 결혼을 하거나 출산을 하면 현실적으로 돈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취업은 포기해야 하고, 소득을 위해서는 자영업이나 서비스업으로 선택 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대한 획기적인 정부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청년일자리 대책도 그간 발표된 정책을 열거한 종합판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노동력이 부족할 시대에 대비한 외국 우수인력 유치대책까지 포함돼 있다. 한국 젊은이들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5년짜리 단기대책에 외국인력 활용까지 끼워 넣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혼부부 주거 대책도 전세자금을 2000만원 올리고 대출 가능 시기를 혼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는 등 미세 조정에 그쳤다. 또 국가가 나서 미혼 남녀를 위한 단체 맞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전혀 현실감 없는 계획까지 망라돼 있다. 이렇게 연도와 수치만 늘리고, 잡다한 아이디어를 끼워 넣는 식으로는 저출산의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3. 출산으로 인한 육아의 구속이다.
어느 일간지를 인용하면 “정부 서울청사 복도엔 근무시간 중간에 몰래 통화를 하는 여성 공무원이 많다. 대역죄라도 저지르는 양 고개를 수그린 채 휴지통 옆에서 이모님, 오늘 야근을 하게 됐는데, 아이 1시간만 더 봐주시면 안 될까요“ ”선생님, 급식 당번 바꿔 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읍소 한다. 통화 후엔 깊은 한숨을 쉬고 종종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간다. 바늘구멍을 뚫고 대한민구 관료사회로 진입한 유능한 공무원들의 비로한 일상을 엿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다. ‘아이, 낳기 싫다.’

4. 보여지는 주변의 환경문제이다.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으면 성공할 기회가 더 많으며,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결혼과 출산을 방해 할 뿐이다.

주변에는 결혼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통하여 얻어지는 성공한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한다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5. 그 외에도 도덕적, 종교적 이유와 결혼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없다는 현실 등의 이유들이 있다.
성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성매매방지법이나, 대가족제에서 핵가족제도로의 변화, 유교문화에서 기독교나 불교문화로의 이동 등의 이유들이 결혼과 출산을 막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책은 어떤 것이 있는가.

젊은이는 낳고 국가가  필수적 투자개념으로 기르면 되는 것이다.
우선 출산율을 높이려면 젊은이들의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를 포기해야 한다. 자유롭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아이를 낳아도 지금처럼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면 된다.

결혼과 출산을 한 가정에게는 취업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민자 정책도 대안이며,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3D업종으로 몰려드는 단순 해외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기술을 가진 전문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리 청년들 일자리도 부족한데 고령자의 퇴직연령을 늦추고 외국인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이들은 시장 규모를 키우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미국은 외국 이민자에게 문호를 넓혀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외국인을 산업 현장에 적극 활용했고 특히 IT 업종에서 우수 외국인을 받아들여 수많은 기업가를 배출하는 등 경제 활력소로 삼았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이민자 창업이 절반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배타적 민족성을 가진 일본은 이와 대비된다. 고령사회로 노동인구 부족 사태를 겪었지만 이민자를 받지 않아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북통일은 인구정책의 대박이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통하여 인건비 대비 세계최고의 노동력을 보유한 북한을 경험하고 있다.  남한 5000만 명 과 북한 2500만 명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면 7500만 명의 시장을 만들어낸다. 아울러 인구구조도 10세 가까이 젊어진다. 초고령 사회로 진행하는 속도를 낮추면서 인구 절벽을 피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의미에서 남북 경제통합으로 가는 길을 더 적극적으로 닦아나갈 필요가 있다. 「강대국의 흥망」 저자이자 이번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참여하는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남북이 협력 한다면 아시아의 시대에서 더 큰 기회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구를 증시하는 나라는 흥하고 소홀히 하는 나라는 쇠 할 것이라는 교훈을 심각하게 되새길 때다.

▲ 탄생 후 첫눈동자

결혼하면 집과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 하는 것은 애국이며 그 애국자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는 차별이 필요하다. 출산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신혼부부 전용 전·월세 임대주택을 향후 5년간 13만5000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행복주택 5만3000가구, 전세임대 2만가구, 5·10년 임대 2만3000가구, 국민임대 3만9000가구 등이다.

특히 정부는 신혼부부를 입주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만 특별할당 비율을 두지 않았던 행복주택에 대해 투룸(전용면적 36㎡)형으로 5년간 5만3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2017년까지 공급할 예정인 행복주택 총량 14만가구 가운데 약 40%가 신혼부부에게 배정된다. 

하남 미사와 성남 고등, 과천  지식산업단지, 서울 오류 등에는 신혼부부 특화 행복주택 단지도 조성하기로 했다. 약 5800가구 규모다. 특화단지는 50% 이상 투룸형으로 공급되며 국공립어린이집, 어린이도서관, 단시간 돌보미 위탁시설 등 아동양육 친화시설이 대폭 확충될 예정이다.

행복주택에서 신혼부부가 출산할 경우 더 넓은 집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재청약 기회도 부여하고 현재 최장 6년인 거주기간도 신혼부부에 대해서는 추가로 4년 더 살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5·10년 임대주택 공급도 늘리기 위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현재 10%에서 15%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혼부부에 대한 전세자금(버팀목) 대출과 주택구입자금(디딤돌) 대출금리도 각각 0.2% 포인트씩 내린다. 신혼부부 버팀목 대출한도 역시 수도권의 경우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육아의 개념을 바꿔야한다.

여성은 낳은 것 만으로 끝나야한다.

핵심은 여자에게만 씌워진 육아의 굴레다. 남자들이 육아를 하면 ‘도와준다’는 표현을 쓴다. 비겁하기 짝이 없다. 차라리 시계를 거꾸로 돌려라. 여성들에게 고등교육을 금지하고, 현모양처를 최우선 가치로 주입시키면 우수한 한국 여성들은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게다. 

이렇게 되면 올림픽 메달 수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이름은 북한과 나란히 인권 랭킹에서 꼴찌를 기록하며 유엔 등 국제사회는 규탄 결의안을 제출하겠지만.
일하는 여성들은 안다. 

지금 이 판이 얼마나 불평등한지. 직장마다 야간 탁아소를 의무적으로 짓고, 부모가 육아 책임을 균등히 나눌 것을 법으로 적시하며, 5000만 국민 모두가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 이상 출산율은 0으로 수렴할 뿐이다. 과감한 대책을 세워야 대한민국이 산다.

다자녀 가정을 이루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도 줘야 한다.
정년을 늘리자는 것은,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더 일하게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시간제 근로를 비롯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도 높여나가야 한다.

최근 정부가 ‘제3차(2016~2020)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시안)을 내놨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다. 신혼부부 주거지원, 임신부 의료비 지원 등 많은 내용이 포함됐지만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만사결통(萬事結通)’이라는 ‘미혼남녀 단체미팅 프로그램’까지 동원한 걸 보면 실소가 절로 나온다. 이번 계획이 항목 늘리기에 급급했던 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결국 ‘인구절벽’ 대책으로는 크게 미흡했다는 평가다. 최종안에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 등을 모아 훨씬 더 공격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민정책에 대해선 정치권도 반성해야 한다. 인구 재앙의 수렁으로 빠져들 위험에 처할 때까지 누구 하나 제대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외국인 이민자가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생각에 ‘표(票)를 잃는다’는 계산을 했을지 모른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이참에 정치권도 인구구조를 고려한 폭넓은 이민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조승현 총괄사장/대기자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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