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박람회 (출처-삼성전자)

요즘 ‘청년’이 핫이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보장’,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 및 ‘청년고용증대세제’를 비롯해서 정부 및 여야를 막론하고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8월말부터 본격 시행될 서울시의 ‘청년활동수당’은 지난 4월11일 세부 지원계획이 발표된 이후 보건복지부와 계속된 마찰을 빚어왔다. 사전협의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청년활동수당이 사회보장제도에 해당한다며 잇단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3개월간 보건복지부와 사전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청년활동수당에 대해 최종적으로 ‘불수용’ 방침을 통보했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의 수정합의안과 구두합의를 근거로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서울시는 청년들과의 약속을 선택한 셈이다. 청년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요즘 취업활동은 어떤가? 취업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보지만 취업률이 좋아졌다는 기사는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청년은 사회구조의 최대 피해자

우리나라 청년들은 사회구조의 최대 피해자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학벌중시풍조 속에서 초·중·고 때까지 입시위주의 과도한 공부와 부족한 수면에 시달렸다. 대학가서도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더구나 취업난이라며 대학1학년 때부터 스펙을 쌓아야한다.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직장에 간신히 진입해도 언제 잘릴지 불안하다. 안정적인 공무원 일자리는 경쟁률이 거의 300대 1에 이른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증명해 주듯이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고, 20~30대 자살원인 1위는 신변비관이다.

이처럼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안정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것도 절망적인데,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오포세대’)에 이어 이제는 꿈과 희망조차 버린 ‘칠포세대’, 심지어 계속해서 포기할 것이 늘어나서 셀 수조차 없어진 ‘N포 세대’까지 돼버렸다.

이런 사회에서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지속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이다. 우리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청년실업을 꼽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중앙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금을 조성하여 청년일자리창출에 사용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펀드다.

그러나 아직 이 펀드를 운영할 주체도 설립되지 않았을 뿐더러 어떤 사업을 할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렇게 실체가 없는 펀드의 구조로 인해 청년희망펀드에 대해 30대의 78.2%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모순된 노동시장의 구조, 청년정책의 방향 전환 필요

따라서 청년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여태까지는 일자리를 늘리도록 기업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들이 주로 실행되었는데, 현재처럼 노동시장의 구조가 이미 모순된 상황에서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래서 장단기 정책들이 실효성 있게 병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양극화를 불러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관행 극복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민주화 노력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축소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총 6번의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했다. 예산 역시 매년 2조 원 가량을 쏟아 붓고 있지만, 청년들의 취업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임시직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7월 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음식점 및 주점업의 산업특성과 고용구조변화’에 따르면 음식업 취업자 중 15~29세 청년층 비율은 지난 2008년 12.9%에서 2014년에는 23.5%까지 늘어났다. 특히, 다수의 청년들이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만, 이들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취업자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40.2%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취업준비생들이 온전히 취업활동을 위해 하루 온종일을 투자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당장의 생활비, 하다못해 면접을 보러 가는 데 필요한 복장, 교통비 등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무슨 행동을 하기가 두렵다고까지 한다. 내 몸 한번 움직이는데 결국 모든 게 돈이 들어가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매달려도 부족할 판국에 두 가지를 병행하다보니, 가장 무서운 것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는 푼돈에 익숙해져 정작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고 그 상태로 주저앉아 시간이 흐른 뒤 후회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청년활동수당을 시혜적 차원으로만 보지 말고, 고용 준비 수당 인식 필요

서울시에서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청년활동수당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계획을 보면, 만19~29세, 중위소득 60%이하 가운데 미취업자 3000명을 선정하여 ‘청년활동’ 계획서 제출 후 심사를 통해 최장 6개월 간 50만원을 지급한다는 정책으로 올해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90억 원 상당이라고 한다.

청년활동수당이란 취업준비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정책이라고 한다. 요즘 청년들은 할 줄 아는 게 많은데, 사회에 들어가 자기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가 매우 적다보니,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게 사회가 최소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청년활동수당 제도를 시행하게 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청년활동수당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간 찬반여론이 거세다. 당장 먹고 사는 생활비가 부족하고, 대학등록금이나 학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찬성의견을 내는 취업준비생이 있는 반면, 청년수당을 받아도 그때뿐이라며, 일회성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대책에 돈을 써야 한다며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기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상을 잘 모르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청년활동수당을 구직을 위해 쓰기 보다는 당장 돈이 필요한 생활비, 학원비, 대학등록금 등 생계비로 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추진한 청년수당이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월 50만원을 지급 하는데도, 그 돈이 취업활동에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은 채 취업은 하지 못하고 계속 취업준비중인 청년들이 늘어나게 된다면, 당장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 보다는 사회구조개선을 통한 일자리 확보가 더 시급해 보인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 역시 청년들이 양질의 직업을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돈이 아니라 경험'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청년활동수당 대상을 정하는 기준 또한 불명확하고, 청년실업문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인데, 서울에 있는 청년들에게만 대상으로 시행된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는 여론도 많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은 정말 심각한 수준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정말 심각하다. 상당수 청년들이 한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하루 20시간 이상을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너도나도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한 곳만을 바라보고 준비를 하고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으면 안정적인 공무원만을 선호하다보니, 사실 중소기업이나 기타 개인사업자들의 경우 직원을 못 구해서 아우성이다.

급여수준이나 복지환경까지도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 필수 고려사항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을 선호하지 않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남들과 똑같이 취업하려고 하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뭔가 생각을 달리해야지만 나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결국 경쟁력을 갖추는 것 또한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당장 생활비가 없어 아르바이트 2~3개씩 하다보면, 언제 목돈 모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본인이 이루어야할 목적이 확실하다면, 지금 당장 몸이 힘들고 고단 할지라도 그 목적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실제 일찍이 자신이 하고자했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해서 결과를 만들어낸 사례는 주위에 많이 있다.

방법을 잘 모를 때는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모방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극심한 나라에서 청년활동수당을 제공한 것은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향후 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 더 이상 청년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 ‘헬 조선 지옥불반도’를 만들어 놓았으면, 그 피해자인 청년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래의 주인이 되어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주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정당하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청년활동수당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했던 프랑스에서는 18~26세 청년들에게 직업교육을 조건으로 ‘알로카시옹’이라는 월 57만 원의 현금수당을 제공했다.

호주에서도 16~24세의 청년들에게 소득수준과 결혼여부에 따라 주당 약 20만~60만 원씩의 ‘청년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극심한 청년실업을 겪었던 독일도 최대 월 670유로를 학생들에게 지원해주는 ‘바푀크’라는 생활비지원제도를 운영하여 절반은 무상보조금으로, 절반은 정부보증대출금으로 지원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지방정부의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정책은 첫째, 구직과 직업교육과정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실업상태의 청년들에게 ‘고용 준비수당’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청년이 고용될 때까지 일자리를 함께 알아보고 주선해 주는 ‘고용도우미’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고용 준비수당 역시 중앙정부의 예산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되며, 지난해 정부가 실시했던 청년들의 해외취업 장려정책은 실제 취업자 수가 1100여 명에 불과했으나 예산은 448억 원이나 투입되었다. 이처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들을 줄이면 약 1500억 원의 세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활동수당은 단순히 돈을 베푸는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대로 청년을 믿고 시작하는 청년활동수당은 어쩌면 청년정책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서울시는 청년활동수당을 통해 "'묻지 마' 취업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현실에 직면하기 전에 청년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진로모색과 취업역량강화를 통해 청년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시는 청년들이 매달 작성하는 활동결과보고서를 평가해 지원금 사용이 자신의 취업 및 창업과 관련한 활동에 쓰였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만약 지원금 사용내역이 청년활동수당의 취지와 어긋나면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한다.

청년활동수당을 두고 정부와 여당은 ‘포퓰리즘’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검토하여 청년들이 사회 진입을 위해 벌이는 다양한 활동을 경제적 곤란함으로 인해 포기하지 않도록 경제적 비용부담 완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 할 때라고 본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저작권자 © 선데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