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를 개원하면서 여야 모두 여소야대의 상황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에 부합하겠다며 '협치'를 내세웠지만, 결국 당리당략에만 빠져 약속했던 '협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로 촉발됐던 '국회파행'사태가 10월 3일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야는 한 치의 양보 없는 강對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더욱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우리국민들은 정말 대단하다. 국회에 변화를 기대를 하면서 정말 잘 참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우리국민들이 인내하며 참고만 있을까. 그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매년 반복되는 이런 국회의 실망스런 모습을 보면서 자괴하다가, 이젠 국회 말만 나오면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진정 언제쯤이면 국민들이 국회다운 국회를 볼 수 있을까. 

행동은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즉, 어른이 어른다우려면 행동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도 성숙해야한다.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하면 아이들도 아이들의 모습을 못한다고 했던가. 어른이 잘못하면 아이들도 잘못하게 된다.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서 배우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았는가. 같은 일을 두고 보는 시각이 정반대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왜, 상대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단 말인가? 감정도 다스릴 수 있어야하고, 넉넉한 품으로 품을 수 있는 마음도 있어야하며, 성숙한 행동으로 타인의 본이 될 수 있어야할 것이다.

국정감사를 한다고 하면서 필요한 증인을 부른다.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은 모두 다 바쁘다. 30초 정도의 답변을 하기 위해 3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국회가 정상적인지, 이제 검토해 보아야 한다. 불러놓고 정치인들은 정쟁에 휩싸여 기다리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매번 반복되는 이러한 일들을 우리 자식들이 그대로 보고 배운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 국회나, 10년 전 국회나, 20년 전 국회나, 정치인들이 하는 행동을 차세대 정치인들이 이런 국회의 작태를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 국정감사는 보고 배울만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16개 상임위에서 부른 기업에서 출석한 증인이 무려 2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어느 위원회는 기업 이름만 보고 부동산 임대업을 외제차 수입업으로 착각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증인을 부르는가 하면, 기업인들로부터 전후 사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소명을 듣기보다는 "'예' '아니요'로 짧게 대답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한 기업인은 3시간을 기다려서 "나는 그 일과 관계없다"며, 딱 30초간 한마디 하고 국감장을 떠나기도 한다. 국정감사가 국회의 횡포처럼 비춰지면 국회의 권위가 손상되고, 언젠가는 국회의 국정감사권 자체가 주권자인 국민들의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회의 권위를 다시 세울 때만이, 그 기반 위에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국회가 헌법이 규정한 국정감사의 본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고 협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꼭 출석시켜야 하는 사람만을 증인으로 부르고, 준비를 철저히 하여, 꼭 물어야 할 것은 묻고, 국가적 현안의 진상을 밝히거나 해법을 제시하는 국정감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 제대로 지킨다고 해도 국회의 국정감사를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확 달라질 것이다. 

국민인내 한계에 달했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국민들은 뉴스시간만 되면 뉴스를 안보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려버리고 만다고 한다. 좋은 소식이나 잘한 일보다 언제나처럼 가장 먼저 정쟁만을 일삼는 국회소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빛바랜 국회, 흙탕물이 난무했던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말쯤이면,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삼삼오오 손을 잡고 외국시찰이라는 명분아래 여야의원들이 외유를 떠난다. 언제쯤이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회를 볼 수 있을까.

야당은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여당의 발목만 잡기만을 할 것이 아니라, 정책과 대안을 내놓고 여야가 함께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를 견제하여야 하고, 여당은 자신들이 선택한 사안이 마치 정답인 양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 붙일 게 아니라 협의를 통한 협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해 의회민주주의를 짓밟았다지만, 국회가 단 한번이라도 국가와 국민에게 희망을 준 적이 있었던가? 정치인이란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들의 의견을 조정하여 사회를 유지, 보존시키는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나올 때면 단골 메뉴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주권자인 국민들은 매번 선거 때마다 정치풍토를 쇄신할 의욕적인 정치인이 등장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지금의 강對강 대결구도 이미지를 벗어나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고, 민생을 살핌으로써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근거도 없는 의혹만 난발할 것인가. 국민들은 어려운 경제여건에 힘들어 하는데, 민생문제는 전혀 돌보지 않고 무엇을 하자는 말인가. 이러고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갖췄다고 생각하는지, 여의도에 있는 정치인들에게 되묻고 싶다. 존경받는 정치인, 신뢰받는 국회 상을 정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금 정치인들이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이 국회를 이토록 걱정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막장 저질 쇼를 지켜보는 것도 이젠 역겹다. 따라서 도저히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국회는 존재이유를 상실한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국회를 논하기 전에 정치인들은 정신들 차려야 할 것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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