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19대 대통령선거는 조기에 치러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탄핵정국이후 일본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일본의 극우성향인 산케이신문은 지난 5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前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 당 前공동대표를 유력대선주자로 보고 이들 4명의 대선후보들이 모두 일본에게는 위험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이 가장 경계하는 대선주자는 문재인 前대표다. 그가 ‘종북, 반일’인사라는 게 산케이신문의 평가다. 이 신문은 얼마 전 불거진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언급하며, 문재인 前 대표가 북한과 내통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7월 독도를 방문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일파’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는 ‘친중(親中)’이라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중국의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며, ‘2007년부터 유엔사무총장을 맡고 있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평가가 좋지 않다고 비난했다. 

3위인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한국의 트럼프’라 부르며 과격발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 직후 SNS를 통해 ‘박근혜대통령과 한민구 국방장관을 친일매국노로 규정하고 반드시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맹비난 한 것도 주목했다.

또한 안철수 국민의 당 전 공동대표가 주한일본대사관 소녀상 철거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반일성향의 인사로 낙인찍었다. 
 
이어 산케이신문은 ‘문재인, 반기문, 안철수, 이재명’ 등 4명의 한국의 차기대선후보를 거론하면서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기독교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그는 “이들 4명의 대선후보중 보수를 대표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문재인 전 대표를 가장 위험한 인물이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가장 덜 최악인 후보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있어 그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동맹이 5년 안에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보수파의 측면에서 보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악이 아닌 후보가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말도 함께 보도했다. 

일본의 또 다른 언론은 무로 前일본대사도 도쿄에서 한국기자들을 만나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로 끌고 간적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前대표의 집권이 일본으로서는 껄끄럽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이 우리나라 차기대선후보 가운데 최악의 후보로 ‘문재인’ 前대표를, 최선의 후보로 ‘반기문’유엔사무총장을 꼽았다. 

이처럼 일본 언론의 최악과 최선의 기준은 일본의 입장에서일까? 아니면 한국의 입장에서 일까?  우리나라 대선후보 4명 모두 일본입장에서는 불안하지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그나마 최선이라는 평가다.

조선시대 동학혁명 때에도 일본은 밀정을 보내 전봉준 장군과 대원군 등을 접촉했다. 일본은 어떤 게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러 계산을 하면서 복선을 깔고 있는 것 같다. 100여 년 전 일본이 힘없는 고종을 얼마나 불쌍하게 여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종은 이토 히로부미에게 그렇게 당하면서도 끝까지 그를 믿었었다. 

큰 나무는 비바람이 아니라 뿌리와 줄기가 썩어 쓰러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외침이 있기 전에 부패와 혼란으로 안에서부터 무너진다.

1894년 전봉준을 중심으로 호남 동학군이 봉기했다. 전주를 점령한 동학군이 대원군과 모의해 고종을 폐위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민 씨 일족은 민영준(나중에 민영휘로 개명)을 청나라에 보내 원병을 요청했다. 청나라가 파병을 결정하자 일본도 톈진조약 제3조(조선 파병시 통보 의무)를 빌미로 조선에 군대를 보냈다. 

조선이 동학군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인 것이 일본군의 조선 진입을 불러왔다. 일본은 이어 벌어진 청일전쟁에서 승리해 조선에서 청나라 세력을 몰아냈다. 조선은 이번에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하려 했다. 러시아의 남하를 우려한 영국과 미국은 일본을 지원했다. 

영국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일본은 1904~1905년 뤼순과 선양 육전 그리고 동해 해전에서 러시아를 연파하고, 1910년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조선정부가 보여준 것은 무능과 무책략, 대외 의존밖에 없었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날카로운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가 새 국제질서를 향해 꿈틀대고 있다. 지금은 청나라,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이 한반도를 탐내던 19세기 말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여당(새누리당)은 박근혜를 레임덕 상태로 두는 것이 차기 대선에 유리하다는 견해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주변국으로서 이해 당사자이니까, 이런저런 속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언론도 일본정부 관계자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해서 보도를 하는데, 여기서 일본정부 분위기를 어느 정도 엿볼 수가 있다. 두 가지가 현안이다. 한일위안부합의, 그리고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다. 둘 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논란이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소녀상 이전문제를 포함해서 위안부합의내용을 한국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대한다. 따라서 차기 정권에서 합의가 철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도 한국에서 반대여론이 많으니까, 박근혜정부에서 후속조치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힘들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이런 분위기도 전했다. “일본정부의 한 관계자는 위안부합의는 국제적으로 발표된 것이라서, 한국이 없었던 것으로 하기에는 힘들지 않겠느냐” 이렇게 예측을 하기도 했다. 일본의 어떤 복잡한 상황이 느껴진다. 

아울러 한국의 많은 차기대선 후보들이 충분한 경험이나 관료경력이 없이도 주로 웅변술이나 가족배경에 의존해서 당선이 된다고도 전했다. 물론 이런 진단은 자기들이 지도자를 뽑는 시스템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의도라고 해석이 된다. 어찌되었건 내년까지 계속될 우리나라의 급박한 상황 전개에 맞춰 주변국들의 발걸음도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국정공백논란 속에 체결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주한미군배치 등 국방현안도 관심거리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미 발효됐고 사드도 일정대로 추진되고 있어 되돌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이를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만큼 정국의 전개상황에 따라서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모든 정상외교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점은 자국의 이익을 위함이 가장 먼저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일본에 가장 유리한 우리나라 차기대선후보가 누가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될 경우 어쩔 수 없이 중국주도의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수용하되, 중국의 경제성장이 정체될 경우에는 미국과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미국의 영향력을 배경으로 한국을 하위 파트너로서 함께 중국에 대항하는 군사협력 체제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원된 것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재협상을 시작한 지 1개월도 안 돼 속전속결로 지난 11월23일 우리나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주한일본대사 서명으로 발효되었다. 그런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미국 ‘재균형 전략’의 완성을 의미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양날의 칼이다. 정보 획득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단서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군사정보 획득이라는 작은 이득을 위해 미국과 중국 간 냉전 선도, 일본의 한반도 문제 개입 가능성 증대 등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다음은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이 될 것이다.

2012년 한일 간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은 병행 체결을 추진했다. 하지만 ‘밀실 추진’ 논란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체결이 무산되면서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논의도 자연스레 묻혔다.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항공기나 함정 등이 한반도에 투입되는 국제법적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은 따로 떼어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두 협정은 ‘이란성 쌍둥이’라 할 수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한국배치와 더불어 중국을 한층 더 자극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중국 대응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할 경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집착은 더 강화되며, 북한 감싸기는 지속되고, 북한 핵문제 해결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한반도 통일이 난망해질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는 19세기 말 위기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말 일본이 톈진조약을 빌미로 조선에 파병하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일으켜 조선을 병탄한 것이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분단 고착화로까지 이어졌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 동의도 없이 일본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체결을 밀어붙인 정부관계자들은 나중에 자위대의 한반도진출을 향도(向導)한 ‘제2의 민영휘(민영준)’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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