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1년에 1941만원의 연금을 받으며 시가 11억원(과표기준 5억5000만원)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70대 A씨는 자녀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지금까지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건보료 개편안대로라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매달 20만원의 건보료를 낼 처지다. A씨는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평상시 거래하는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들렀다. 

건보료 개편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24일 B증권 강남PB센터에는 은퇴자들을 비롯해 임대소득이 있는 직장인 등 고소득자 등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PB센터에는 A씨처럼 건보료 개편에 따라 건보료를 새로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들의 문의도 빗발쳤다.

한 PB는 "사전증여를 통해 재산을 줄이거나, 건강보험료 산정기준 소득에 해당되지 않는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를 늘리는 것 등을 건보료 부담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다"면서도 "묘수는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료 개편안에 따르면 소득과 재산이 많은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특히 퇴직 후 근로소득은 없지만 공적연금을 받으면서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은퇴자들의 경우에도 건보료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피부양자의 경우에는 금융소득, 공적연금, 근로+기타 소득 중 하나가 각 4000만원 초과하는 경우에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됐지만 이번 개편으로 소득이 연 3400만원을 초과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초과분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된다. 2단계는 2700만원, 3단계는 2000만원 초과 소득으로 강화된다. 

또 피부양자의 경우 과표 9억원(시가 18억원)을 초과해야 지역가입자로 전환됐지만 앞으로는 과표 5억4000만원, 추후엔 3억6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연간 1000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서울에서 30평형대 아파트만 가지고 있어도 대부분 해당이 되는 셈이다. 

김정남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회계사는 "건강보험 산정기준이 되는 연금소득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라며 "공무원연금 수령자들이 2000만원 수준을 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인과 피부양자 모두 급한일 등으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일시로 수령하는 경우 기타소득으로 잡혀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건보료 절감을 위해 사전증여 등으로 재산을 분산하는 방법도 권유되고 있다. 김경남 KB증권 투자솔루션부 세무사는 "여러 자녀에게 사전 증여하는 경우 건보료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대신 증여세를 부담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보료 산정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비과세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정부의 세수증대책 등으로 비과세 상품이 많지 않은데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비과세 상품의 경우에도 한도가 높지 않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비과세 브라질 국채와 국내 주식을 비롯, 양도세(20%) 부과대상으로 건강보험료 산정기준 소득에 해당되지 않는 해외주식 직접투자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증권사 PB는 "브라질 국채의 경우 환변동이 큰 위험상품"이라며 "위험 분산이 가능하고 전문적인 환율관리도 이뤄지는 투자 상품보다는 무리하게 직접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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