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1월 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의 한일 정상회담 모습

2월 22일은 일본이 우리 땅 ‘독도’를 ‘다케시마’라 명하고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는 다케시마의 날이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해오던 이 날 행사를 일본중앙정부가 주도하고 나서면서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거기다 최근 한․일관계가 꽤 불편한 상황이다. 한국정치의 혼란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되는 계기는 지난해 12월 28일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노상에 시민단체가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설치하면서부터다. 처음엔 부산동구청직원이 도로법위반을 이유로 철거했지만, 부산동구청에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그 결과 이틀만인 12월 30일 부산동구청장이 입장을 바꿔 소녀상의 설치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가 섣달 그믐날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서울의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이어 일본외교공관의 코앞에 소녀상이 놓이게 된 것이다.

일본정부는 강력히 반발하며 한국정부에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일본정부는 올해 1월 6일 주한일본대사와 부산일본총영사의 일시귀국조치와 함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한․일 양국 간 외화를 서로 융통하는 통화교환(스왑)의 재개를 위한 회담중단 등 4개항으로 된 보복조치를 발표하고, 주한일본대사와 부산일본총영사를 1월 9일자 일본으로 귀국시켰다. 

그 뒤 한․일 양국 간의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주한일본대사와 부산일본총영사는 현재도 한국으로의 귀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5년 12월 위안부문제로 한․일 양국정부의 합의가 있는 다음부터 한․일 관계는 좋아지고 있었다. 

2015년 12월 일본의 키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회담을 통해 양국은 “위안부문제가 최종적이고 비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을 확인한다”고 표명했다. 그리고 한국정부가 위안부할머니들을 지원하고자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정부가 10억 엔을 내놓기로 합의했다. 그 대신 한국정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정부는 1965년 한․일 양국 국교정상화 때 일본의 경제협력 대신 한국이 대일청구권을 포기했음을 이유로 위안부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직접 금전적인 보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문제를 최종 해결하도록 일본과 논의하면서부터 일본정부도 양보하고 재단의 자금출연을 결정했다. 2015년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이미 일본정부는 10억 엔의 출연을 끝내고 위안부나 그 유족들 중에는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그 대신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전을 약속했다는 게 일본 측 인식이다. 그런데도 소녀상이전이 실현되지 않고, 부산일본총영사관 앞에도 새로운 소녀상이 설치되면서, 아베신조총리의 태도가 강경해졌다. 2015년 한일양국합의에 일본 내 보수층의 반발도 있는 만큼 아베 총리는 별다른 퇴로가 없게 된 것이다.
 
● 한국의 정치혼란도 영향을 주고 있을까?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인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의혹으로 지난해 12월,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대통령의 직무가 일시 정지됐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현 정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은 2015년 한일양국합의에 비판적이었다. 시민단체가 소녀상을 설치한 것도 합의를 파기하도록 정치권에 압박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는 대사와 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킨데 대해서, 야권의 한 중진정치인은 “그렇다면 일본이 내놓은 10억 엔을 일본에 갚으면 된다”는 발언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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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이 가능할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헌법재판소가 최장 180일 심리하고 탄핵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이 파면된 뒤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정하는 선거를 실시하게 된다. 빠르면 3월 초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럴 경우 대통령선거가 실시될 5월까지는 한국 측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일본인의 한국정서가 더 악화되고 불편한 관계가 계속될 것 같은 일이 걱정스럽다.

▲독도

 
● 일본사회가 한‧일의 정치적 긴장에 더 민감하다

‘혐한’과 ‘반일’이라는 말은 한․일 양국관계에 자주 등장해 화제가 되는 말이다. 하지만 서로의 국민감정에 대한 사실여부를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가 관광통계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관광객은 2013년부터 급감하면서, 2015년에는 2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25%증가하면서 겨우 좋아졌다.

한․일관계가 크게 위축된 것은 2012년 여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상륙하면서부터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일 양국 간의 냉정한 관계가 2015년 말, 위안부문제 합의로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인의 방문객 수의 추이는 이러한 정치상황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일본내각부가 실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도 2012년 10월 시점 이후,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친밀감을 느낀다"를 웃돌고 있다. 한편, 일본을 찾은 한국인관광객은 최근 늘면서 지난해 마침내 500만 명을 처음 돌파했다. 환율의 영향 등도 있지만 일본사회가 한일의 정치적 긴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 한‧일 양국 화해의 조건

지난 70여 년 간 안보를 국제사회의 선의에 기대하던 일본헌법을 고치겠다는 것이 아베정권이다. 반면 한국은 북한해방과 통일을 국제사회의 협력에 호소하고 있다. 한국이 통일을 국제사회의 협력에 호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의 분단과 재통일에 대해 당사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주는 사람을 발견하고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은 현실적이 아니다.

한일관계에 관여하는 일본 정치인들조차 상당수가 ‘일북(日北) 관계’에 동시에 간여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치관에 입각한 행동을 기대하고 주문하는 것은 어렵다. 문제는 한국 자신이다. 오랫동안 고착된 비정상은 그것이 정상이 된다. 비정상을 스스로 고치려고 하지 않으면 주변에서는 비정상 상태를 정상으로 간주한다. 한국 스스로가 비정상 상태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데, 누가(일본이) 한국의 비정상 상태를 정상으로 고쳐줄 것인가?

일본은 한반도의 ‘비정상 상태’(분단 70년)를 정상으로 간주하려고 한다. 한국 자신이 비정상 상태를 고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 한, 말로 협력을 요구해도 이미 현실이 된 현상(비정상 상태) 변경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일본 자신이 ‘외압’에 의해 변하는 사회인데, 일본이 우리의 ‘현상 변경’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 때 일본 방위장관의 ‘문제 발언’에 화를 내기 전에, 그러한 빌미와 오해를 초래한 한국 내 움직임을 반성해야 한다. 남북한 등거리정책을 취하는 외국인에게 분노하기 전에 헌법의 영토조항 개정을 주장하는 우리 정치인들과 유력자들에게 화를 내야 한다.

물론 한‧일 양 국민이 가까운 장래에 역사적으로 위대한 화해를 할 기회가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해방하는 것을 일본이 지원함으로써 한‧일은 화해가 가능하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한반도 통일을 일본이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한‧일이 진정 가치관을 공유함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이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한국이 북한을 해방하여 통일국가가 되는 것이 먼저인가, 일본이 헌법을 바꿔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가 되는 것이 먼저인가. 우리가 통일국가를 먼저 실현하려면, 미래를 과거와 바꾸는 무의미한 선택을 피해야 한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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