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남이 숨진 지 열흘 만에 북한 공식매체에서 처음으로 관련내용을 보도했다. 끝까지 암살된 사람이 김정남이라고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 모든 사건을 남한이 각본을 짠 음모이고 모략이라며 억지 주장을 늘어놨다. 

김정남 피살사건을 북한은 강경대응으로 ‘독살’ 보도는 ‘남한의 각본’이라고 강변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북한의 강경자세의 배경은 ‘김정남 암살주범’ 공작원 4명이 이미 귀국한 후이기 때문에 북한의 암살범죄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범행을 한국에 떠넘기는 수작인 것 같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은닉해온 역사가 있다. 북한은 이번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사망한 사람은 “외교관여권을 가진 우리국민의 ‘김 철’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남의 생명뿐 아니라 존재 자체를 묵살해왔다.

세계가 알고 있는 김정남이지만, 그는 북한에서는 비공인의 인물이다. 노동신문 등 북한공식매체에 이름이 등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공직에도 오른 적이 없다. 특이한 독재국가 북한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김정은도 마찬가지로 김정은의 이름이 북한 측에서 나온 것은 후계자로 결정된 2010년 9월 말이다. 

김정남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사촌인 故이한영 씨가 1982년 한국으로 망명하면서, 김 씨 일가의 족보를 한국 당국에 증언했기 때문에 알려졌다. 故이한영 씨는 김정남의 어머니인 성혜림의 언니 아들이지만, 암살을 두려워하여 얼굴성형과 이름도 바꾸어 생활한 뒤 90년대에 커밍아웃을 한 뒤 김 씨 일가를 폭로한 책을 쓰면서 북한공작원에게 살해되었다. 이 공작원이 체포되면서 북한소행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 북한은 로열패밀리 정보누설하면 사형

북한에서 수령의 아들은 ‘왕자’로 불리는데 생모가 아니라 유모에게 양육됐다. 김정남은 유모역할을 어머니 성혜림의 언니가 했으니까, 김정남은 故이한영과 형제처럼 자랐다고 한다. 당시 김정남의 어머니가 유부녀였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유부녀를 약탈하여 결혼해 김정남이 태어났다. 이 같은 경위를 김일성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남의 존재는 5세까지 김일성에게도 비밀로 부쳐졌다고 한다. 그 뒤 김정일은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에게 마음을 주고 김정철과 김정은이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김정남은 북한에서 이중삼중으로 ‘숨겨진 존재’로 살아온 것이다.

북한문제 전문가는 "김정남에 대한 것은 북한에서는 극비 중 극비로, 아는 것 자체가 반역죄에 걸린다. 물론 사정을 아는 하인이나 간부는 있었지만, 북한에서 로열패밀리 정보를 누설하면 처형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란 사람은 북한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해 “북한은 ‘김 철’이라고 밝힌 북한외교관여권을 소지한 인물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항공기 탑승 전에 갑자기 충격 상태에 빠져 병원후송 중 사망한 것"이라며, 말레이시아측이 "사체인도 요구에 국제법을 무시하고 우리와 아무런 합의도 입회도 없이 검시했다“라는 입장이다. 김정남의 시신을 유족에게 돌려주려고, 사인이 독살로 특정돼도 북한은 김정남이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방향과 북한에 미칠 영향은?

동남아시아 여성 2명을 끌어들여서 암살한 의문의 암살단 북한국적 4명이 북한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사건에 대한 북한개입과 암살지령 사실을 밝히는데 앞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단지 말레이시아 경찰이 새롭게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과 고려항공직원 두 사람을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공개함으로써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해외공관에 외교관신분으로 위장해 공작원을 배치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 고려항공은 현재 말레이시아에 운항을 하지 않고 있어, 고려항공 직원상주는 부자연스러워 국영 고려항공직원이 사건에 연루된 공작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사람과 사건의 관여가 증명되면 배후에 김정은 정권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북한은 이미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불법무기거래 등을 해왔으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재외공관직원 수를 축소하는 등의 제재도 받고 있다. 김정남의 암살을 배후조종한 북한에 말레이시아와 국제사회는 김정남 암살사건의 진상을 어디까지 증명할 수 있을지, 승부는 이제부터다.

지금 당장은 암살동기에 대한 특정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문제 전문가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3년 말 중국 통이었던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했다. 그 시점에서 중국의 보호 하에 있는 김정남의 살해는 충분히 예측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더 이상 김정은 정권을 과거와 같은 혈맹적인 동지관계로 믿지 않는다고 한다. 김정은은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강요해옴에 따라 중국을 극도로 싫어하고 경계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고 한다.

● 중국의 시진핑 (習近平)이 북한을 싫어하는 이유

드러내놓고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정치수뇌부들은 북한을 싫어한다고 한다. 중국이 이처럼 변심하여 북한을 싫어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더 이상 이익이 될 만한 것이 없기 때문 

북한과 혈맹관계가 중국에게 더 이상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 과거에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북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지리적 완충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 역할이 점차 퇴색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자체가 오히려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골치 아픈 존재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은 사실상 한국과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 중국 국민들이 북한을 싫어하기 때문

이제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여론을 무시하고 맘대로 정책결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여론의 향방이 중국의 외교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다수 중국 국민들이 북한을 가난한 저질국가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한은 잘 사는 한류의 국가로 동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시진핑(習近平)정부의 자신감 때문

시진핑은 과거에 북한을 자신들과 똑같거나 혹은 자신들보다 더 순혈적인 공산국가로 인정하고 한편으론 존경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수뇌부 중 마르크스 레닌주의 혹은 마오쪄퉁 주의를 신봉하며 홍위병 운운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정부는 북한과 이데올로기로 결합된 형제국가라는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 장성택‧김정남을 살해한 김정은을 경멸하기 때문

중국정부는 합리적 개방론자였던 장성택을 살해한 나이 어린 김정은을 경멸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최근 중국의 보호를 받아온 김정남을 북한이 암살해 더욱 김정은을 경멸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류의 정권과 자신들이 동일시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택통은 김일성을 상당히 존중해주었다. 그러나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 중국지도자로부터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성택과 김정남 등 친중파 두 사람을 제거한 김정은이 자신의 지위를 보전했다고 안도한다면 너무 미숙한 독재자라는 지적이다. 지금 침묵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두 번이나 체면을 구기게 만든 경거망동하는 김정은 체제를 언젠가는 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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