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칼럼리스트

부산대학원(공학석사)

사단법인 일심회 회장(봉사단체)

전) 부산광역시장 비서실장/ 감사관/ 행정자치국장/부산시 공직자윤리위원,인사위원 등

홍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등

최근 군대에서나 학교에서의 폭력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곤 한다. 과거의 폭력이 주로 물리적인 신체적 폭력이었다면 최근의 폭력형태는 언어폭력이나 특히, 매체가 발달되면서 청소년들이 즐기는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사이버 폭력과 같은 신종폭력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혈기 왕성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득의 격차로 인한 상대적 불만에서, 핵가족화로 인한 인간관계의 부족에서와 같이 다양한 이유에서 발생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서열의식을 많이 느낀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 간에 가정에서는 조부모, 부모, 형제자매, 자식들 간에 일반사회에서는 선후배, 친구들 간 서열의식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서열은 나이, 사회적 지위, 회사계급 등으로 계급을 나누어서 그 계급에 따라 모든 일을 규정짓는 조직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본래 서열은 '차례 서'에 '줄지을 열'을 써서 '차례대로 줄을 짓는다.'라는 뜻이다. 즉, '순서'의 의미이다. 하지만 현재는 '순위'의 의미로 뜻이 잘못 사용되기도 한다. 각 나라 또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고유한 문화가 발전되었고, 그에 따라 서로 간에 지켜야할 규율 역시 다른 모습으로 형성 되어왔다. 이렇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생활에서 조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할 규율이 ‘예의범절’ ‘위계질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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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동물은 힘의 논리로 서열화를 하지만 사람은 사회규범에 의하여 서열을 정하고 실천하는 점이다. 즉 위계에 의하여 질서를 가진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에 속해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미풍양속이 예로부터 전래
되어왔다. 

이렇게 윗사람을 공경하고 예우하는 문화는 우리고유의 미풍양속이 되어 우리 민족을 지탱해 올수 있었다.  그러나 서양사회와 비교해 과도한 서열 문화로 우리사회를 경직된 사고와 사회발전을 초래하는 점도 지적 받고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회생활에서도 가정과 같은 위계가 있다.  웃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경장애유(敬長愛幼)라 하고, 상급자를 섬기고 하급자를 지휘하는 것을 사존사비(事尊使卑)라 한다. 우리의 경우 오랜 농경사회문화와 유교의 영향으로 연령과 서열을 중시해왔고, 지난 조선조 500년 동안‘동방예의지국, 예법의 나라’라고 할 만큼 위계질서를 중시해왔다.

동양의 고전 논어(論語)에서 나이로 위계를 정하는 기준을 보면 자기보다 16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아버지를 섬기듯이 모시고, 11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형님으로 섬기듯이 모시며, 6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선후배 사이로 지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6년 이상 10년까지는 나이가 많은 쪽이 친구로 지내자고 허락할 때만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고,5년 이내에 드는 사이는 서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맹자(孟子)는 위계질서에 대해 조직사회 에서는 직급을 최우선하고, 일반사회생활에서는 나이를 최우선으로 하며, 세상을 이롭게 하고 백성을 위하는 데는 학문과 덕성을 최우선으로 해서 위계를 정한다고 해서 스스로 규범에 의해서 사회질서를 유지해 나가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전통은 어른을 스스로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며, 규범을 통해 자율적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오늘날까지 지켜온 고유의 문화였다.
  
그런데 최근 자주 나타나는 서열문화는 이미 우리 주변에 좋지 않는 방향으로 뿌리 깊게 퍼져있다. 무엇이든지 순위를 매기고 보는 문화 속에서 대학, 스마트폰, 직장, 연예인 등등 모두 숫자에 매달린다. 서열에 따라서 누군가는 개인적인 만족을,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어느 집단에 모욕감을 주는 서열문화, 어떻게 해결할까?

우리 주변에는 서열을 따져가며 자신의 특권을 과시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더 무서운 건 우리 자신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기에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특권을 자랑하며 남을 폄하하는 우리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을 어떨까.

요즈음 지방자치시대에는 각 지역마다 축제 등 많은 행사를 한다. 그 행사 때마다 소위 자리배정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상석에 배치 받지 못하는 기관장이나 유지는 자기권위가 모독 받았다는 생각에 목숨을 건다. 자기의 특권이나 직위를 과시하는 형태이다. 꼭 상석에 앉아야만 체면이 서고 모양이 나는 것일까? 행사에 먼저 온 사람들이 또는 나이가 많은 분들이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상석에 앉으면 아니 되는 것일까?

사람은 각기 지닌 재능에 따르는 위계가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잘하는 우월한 사람이 있고, 못하는 열등한 사람이 있다. 많이 가진 자와 못가진자도 있다. 강한 체력이나 조건이 있고, 약한 체력이나 조건도 있다. 이것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잘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고, 못하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을 본받아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은 베풀어야 하고 적게 가진 사람은 노력해야 한다. 강한사람은 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약한 사람은 강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경직되고 특권인양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열문화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첫째로 상대방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파악해야 한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법이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인 점을 인정해야 한다. 업적이 무엇이건, 언제 이 일을 처음 했건, 나이가 어떻건 말이다. 

실제로 성공한 게임회사 '밸브'는 '대표'라는 직급 하에 나머지 사원들은 직책, 직급이 없다고 한다. 그저 선․후배 관념만 있을 뿐이고, 이마저도 형식에 불과하다. 다른 예로 글로벌기업 애플이 있다. 애플은 회사건물 자체가 대학캠퍼스처럼 지어져 있다고 한다. 업무처리과정에서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직급에 상관없이 편하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친다고 한다.

둘째로는 특권의식을 없애야한다. 이미 전 사회적으로 특권의식이 퍼져있다. 어떤 자리에만 앉혀주면 자신에게 권력을 다 쥔 건 마냥 과시하고 다닌다. 소위 갑질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는 하위서열계층에게 위화감을 주어 결국 사회적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일어났던 '갑질 논란'역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하위계층에게 위화감을 준 것이 발단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허름한 옷을 입었을 때는 변변치 못하게 보이다가 좋은 옷을 입으면 신분이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여건만 되면 그렇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고유의 위계질서는 많은 장점을 내포하고 있다. 서열이 정리가 되어있다면 그 집단에서의  규칙 등을 정하기가 수월하다. 

선범후종(先範後從)다시과로(多施寡勞)라는 말이 있다. 우리들의 생활 속에는 앞서는 사람과 뒤쳐진 사람이 있고, 많이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을 수는 없다. 이를 가지고 서로 시기질투를 하고 다툰다면 사회질서는 파괴되고 말 것이다. 앞 선 사람은 반드시 모범을 보여야 하고, 뒤진 사람은 이를 본받아 따라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은 베풀어야 하고, 적게 가진 사람은 노력해야 한다.  

만약 서열정리가 안 돼 있다면 서로 자신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갈등이 일어나겠지만 딱 정해져 있다면 가장 서열이 높은 사람이 의견 등을 수렴하여 규칙을 정 할 수 있다. 그러나  위계질서라는 미풍양속이 사람을 평가해서 우열을 가리는 서열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겻은 곤란하다. 

우리 선조들은 사회의 위계질서를 통하여 법이나 규칙이전에 자율적으로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통하여 예절의 나라라는 훌륭한 전통을 이어 왔다. 이런 위계질서문화가 고리타분하고 경직된 마음과 창의적인 사고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점은 버려야 한다. 사람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계질서를 초월해 서로 연결됨으로 얻는 혜택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리더와 권력이 없는 질서가 가능해진 것이다. 리더십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은 권력에게는 악몽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인해 지구 중심의 위계적 질서의 우주론은 붕괴되고, 어떤 개별자도 우월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등거리이론은 500년이 넘었다. 리더를 꿈꾸는 자들이 명심해야 할 오래된 현실이다.

조성호 칼럼니스트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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