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리동일 前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지난 2월 28일 김정은 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살해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리 前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 오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駐말레이시아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권문제를 논의하고 합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체류기간 동안 말레이시아 측과 세 가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첫째는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인민의 시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시민의 석방문제이고, 마지막으로는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前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말레이시아정부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한 입장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추이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김정남의 시신에서 맹독신경제인 VX가 검출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 사건이 북한의 “화학무기테러”라고 보고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다, 말레이시아 당국 역시 같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아직 시신의 신원을 공식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마카오에 산다고 알려진 김정남의 아들과 딸이 언제 어떤 형태로 DNA샘플을 제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그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탈북자에 의하면 “미인으로 알려진 김정남의 복수의 아내 혹은 애인이 모두 북한인민이다. 고향에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며, “그런 사람들을 북한당국이 실질적으로 인질로 잡고 시신의 신원확인에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압력을 받으면, 그녀들과 아이들이 과연 움직일 수 있을까?”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김정남의 가족은 처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버지 故김정일의 여성편력 때문에 그에게는 이복동생, 누나, 여동생이 여럿 있다고 한다. 바로 김정은도 김정남의 형제다. 이 사건에서 설마 김정은이 자신의 DNA샘플을 제공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북한당국은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할 권리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늘어놓을 소지가 크다는 진단이다. 

한편, 말레이시아당국의 입장은 매우 괴로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북한당국이 사건조작을 진행 중임을 이유로 시신인도를 늦추고, 체포한 3명을 기소하면서 사건을 계속 진행하기도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에 시신을 인도하게 되면 그 시점부터 북한당국은 “숨진 것은 북한국적의 김 철이다. 김정남은 아니다”라고 억지주장을 하면 북한주장을 일단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북한당국이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한 후,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서 말레이시아당국의 부검결과가 “잘못이다”라고 주장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 미국에는 북한당국의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적겠지만, 그러나 외교협상에서 객관적 증거도 없이 “너희들이 김정남을 죽인 것이 틀림없다”라고 주장할 수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이런 형태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해외언론보도나 논조는 완전히 무시하고, 김정남의 시신을 유족으로부터 가로채기위한 작전을 조용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북한문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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