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고 있다.
1930년대 어느 독일의 사회학자는 그 당시 사회를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시대라고
정의하였다. 서로 다른 시대의 것들이 공존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마차와 자동차가
함께 달리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인 현상이었다.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는, 같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공존하는 사회의 특징을 얘기 한 
것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1970년에 “미래쇼크”란 책에서 현대사회는 지식이 폭주
하는 세상으로 대학문을 나서는 순간 그 동안에 배웠던 지식은 모두 쓸모없게 될 정도로 변화가 너무 빨라서 그 속도에 적응 하지 못해 무기력 해지는 현상을 미래쇼크 라고 정의하였다. 비동시성의 충격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속도가 더 빨라져서 어제 나온 신제품도 오늘 신제품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가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고 종래는 도태되거나 최악의 상황에 처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대선에서 후보자들이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정치에서 그야말로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보고 있다.

같이 있을 수 없는, 같이 있어서는 안 되는 현상들이 한국 정치에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을 애기하는데 그 적폐란 나쁜 폐단은 물론 낡은, 그래서 있어서는 안 될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모든 것을 통칭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한국 정치의, 특히 선거문화의 실상도 적폐고 청산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낡은 보수와 진보의 논쟁, 네거티브 전쟁, 사소한 행동이나 실수 말꼬리로 온통 온 나라가 하루 종일 종편에서 sns에서 전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
과거 그 어느 선거 때보다 훨씬 치열하고 광범위 하고 조직적이며 교묘하다.

검증이란 명목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사람을 질리게 하는 비방을 서로 거침없이 사정없이 토해 내고 있다. 어느 방송 어느 언론에서도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정책을 깊이 있게 비교 해보지 않고 있다. 관심 밖이다.

가십거리 밖에 안 되는 사소한 실수에도 패널들까지 나서서 갑론을박으로 유권자의 시선을 빼앗아간다. 매스컴의  이런 행태도 결코 적폐가 아니라고 항변 할 수는 없다. 무엇이 중 한디.. 경중완급(輕重緩急)을 구분해서 대중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줘야 하는 것이 언론 아닌가. 

4차 산업 혁명은 융합 혁명이다. 최고의 신기술들이 영역을 뛰어 넘어 융합하여 전혀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융합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통합의 정신 통합의 문화와 습관에 익숙해 져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정치로 인해 갈라지고 찢겨지고 갈가리 부서지고 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적폐는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도 적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중에서도 분열을 획책 하는 정치인은 가장 큰 적폐다.

비 동시성의 정치고 비동시성의 정치인 인 것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통합 융합의 정치가 동시성의 정치인 것이다.

어느 후보는 정치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고 했다.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약육강식의 역사다. 사회를 2분법적으로 보면 생산수단을 가진 강자와 안 가진 약자로 구분 할 수 있다. 봉건사회에서는 토지를 보유한 봉건 영주가 권력자였다.

농노는 당연히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산업 혁명시대 이후에는 기술과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가 권력자였다. 현대를 지식 정보화 시대라고 해서 지식이 권력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자본가가 권력자다. 그래서 위정자는 예나 지금이나 강자의 횡포를 누르고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사회정의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반대로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여전히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 되고 있다. 지금의 강자는 과거의 강자보다 훨씬 막강하고 복합적인 힘을 사용 하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 혁명시대에서 약자들은 과거의 그들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초 연결 사회에서 과거 약자였던 대중은 언제든 필요 하면 하나로 뭉쳐 강자가 될 수 있다.어제의 을이 갑이 될 수 있는 사회다.

기분 나쁘면 어느 기업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그 제품과 서비스가 없더라도 대체 상품을 구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심지어 그 말썽 많던 쓰리디니 삼디니 하는 것이 곧 상용화되면 모든 가정이 생산 수단을 보유하게 되면서 많은 제조회사가 사라지고 약자였던 소비자가 강자의 지배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강자가 모호해 지는 것이다. 정치도 경제논리로 보면 생산 수단을 가진 자가 위정자라면 그들이 강자이고 정치 소비자는 대중으로 약자임에 틀림없다. 위정자들은 알아야 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그 약자인 대중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빠른 시간에 심지어 단 몇 시간에 힘을 모을 수 있고 필요 하면 위정자의 권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바다라고 했다.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어버리기도 한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무장한 대중은 과거보다 훨씬 쉽게 배를 엎어 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역사를 퇴행 시키는 구태의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 갈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합 인재가 필요하고 그런 인재는 교육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체계를 바꾸고 컨텐츠를 혁신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 변화이다. 참으로 시급하고 도 시급한 분야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교육은 백년 지 대계다. 교육은 대상자의 운명을 바꾸는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의 인재 양성은 어떤가.

주입식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융합 인재가 양성 될 수 있을까.  구시대에서 교육 받은 교사들로 미래에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갈 청년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어제까지 배운 지식은 이미 쓸모없는 지식이 되고 인공지능 빅 데이터로 상상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시대에 암기와 주입식으로 배운 지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심지어 스마트폰 어플로 세계 400여 개국 언어가 지방 사투리까지 동시통역이 가능 하다면 어학 공부에 그 많은 시간을 허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이 시급한 생존이 달린 정책이 뒷전에 밀려 있다.

후보들의 사소한 말실수보다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참으로 난감한 현상이다. 미래를 대비하자며 과거의 사소한 문제에 매달려 있다. 이건 어떤 비동시성인가 분명 정상은 아니다.

4차 산업 혁명의 여러 분야 중 자율 자동차가 5년 내 상용화 되면 그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사회 산업 구조와 고용구조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차량의 30프로만 있어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회에 주는 충격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3D 프린터로 집집마다 제조공장을 가지게 되면 제조업의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위기가 본질 일 수 있다. 그러나 항시 그러하듯이 위기가 기회다.

그 속에서 기회를 만들고 찾아야 한다. 머뭇거리고 뒷담화 할 시간이 없다. 정치가 앞서는 못 갈망정 뒷다리를 걸고 있으면 안 된다. 새로운 정부에 특별한 기대를 해본다.

김윤식 논설위원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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