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중년 부인의 사주를 봤다. 그는 50대 중반으로 자녀도 이제 다 성장했고 직업군인인 남편도 겉으로 보기엔 잘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 여성은 문화예술운동도 하고 늦지만 박사학위 공부도 하는 그런 삶에 재미를 느끼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의 사주를 보면서 문뜩 “이렇구나” 하고 혼자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이것이 운명일까? 숙명일까? 하는 것이었다. 숙명이란 전생부터 가져온 어쩔 수 없는 명(命)을 말하는 것이고, 운명이란 적어도 스스로 받아들이면서 개척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어로도 똑같은 destiny라고 하지만 숙명이 더 고정불변으로 친다.

사람들은 숙명이란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운명은 자주 말한다. “너하고 만난 것은 운명이었어....” 이럴 땐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흔히 사주팔자도 “내 운명 앞에서는 나는 나의 일을 성취할 수 있었다” 하는 사람들의 말은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과연 운명인들 얼마나 개척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편의 지극정성으로 자녀를 낳고 살았다고 하나 남편의 지나친 간섭과 관심으로 매사에 불만이 있었고, 그렇게 계속 지나친 간섭은 앞으로 자기 삶이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사주에 나오는 그 사람의 인생사도 어쩌면 비슷하게 엮여져 있었다. 이럴 때 사주명리는 그 사주를 보면서 healing(힐링)이 되는 조언을 할 수 있었다. “왜 그 사람은 그런 사주를 갖고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하게 되었다.

흔히 사주를 보면 답답한 사주가 있고 또 분명하고 시원시원한 사주가 있다. 너무 시원시원해도 할 말이 없고, 너무 답답해도 할 말이 없다. 중간정도의 사주가 그래도 이래저래 할 말이 있는 사주다. 그러나 중간정도 사주는 또 항상 뒤집어지고 또 엎어지고 하는 사주를 경계하며 삶이 고달프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사주가 좋은가?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것에 사주 포인트가 맞춰져 있지만, 이미 살아볼 만큼 살아본 사람들은 그저 순응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갖는 숙명과 운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나름 철학을 갖아야 한다. 

숙명적인 것은 어찌 해볼 수 없다는 것이지만, 그대로 내가 긍정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숙명적인 것을 괴로워하는 것은 사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숙명이란 것은 ‘내가 이생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숙명을 짊어져 나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받아 들어야 하며, 운명이란 살아가면서 내가 짊어질 만큼의 변수가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50대 중반 여성분의 사주에서 나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말을 해줄 수 없을까?’ 하고 고민했다. 사실 함께 사는 것은 인간을 서로 도움주고 또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 위해서 함께 산다. 부부는 친구처럼 또는 동거인처럼 사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 가는데 친구도 좋은 친구이면 좋지만, 있으나 마나 한 친구는 사실 서로 힘들게 된다.

그리고 동거인도 마찬가지다 서로 불편한 동거는 없는 거만 못하다. 이럴 때 하는 적당히 서로 그리울 정도로 방법을 택해 보라고 한다. 주말부부 또는 적당히 자기 일을 찾아 직장이동을 하면 서로 보지 않고 충돌할 일도 없으니, 이혼까지 생각하지 안 해도 될 것이라 말해준다.

세상에 숙명이나 운명도 알고 보면 내가 적당히 견딜 만큼의 에너지가 있으면, 그것을 넘길 수 있지만, 신약한 사주나 또는 아주 충극(冲剋)이든 사주는 서로 헤어질 생각만 하기 때문에 극단에 다다를 수 있다. 소위 법정이혼이 그것이다.

사랑할 때 하루만 보지 못해도 그립던 시절은 어디로 가고, 서로 헤어질 생각만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때, 또 하나의 방법은 서로 별거나 주말부부가 해답이 된다.

칼럼니스트 명리이론가 정은광 박사.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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