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월 29일 새벽 5시 39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쪽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5월 21일 북극성 2형 발사 이후 8일 만에 또 미사일발사를 한 건데, 이달 들어서만 3번째 도발이다. 북한이 북·미간 대화국면에 접어들더라도 협상을 위한 카드를 세분화 하는 등 매우 다루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군사전문가로부터 나왔다.

북한과 미국이 나름 대화가능성을 열어 놓고도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 발사시험 강행과 미국의 한반도 군사력보강 등 ‘치킨게임’을 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장차 북·미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5월 29일 연구소홈페이지에 발표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문제-유예와 제재사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일부 미국의 대화가능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국이 대화로 중심을 이동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에 대해 물질적 보상보다 제재 해제를 우선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이탈리아 소시지처럼 단계를 잘게 나눠 압박하는 ‘살라미 전술’로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를 구분할 수도 있고, (대화 시작에 앞서) ICBM 발사까지 성공한다면 카드를 더 세분화해서 요구할 수도 있다”면서 “유예와 제재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이 더 자주 미사일발사시험에 나서는 것은, 美트럼프행정부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북한 측의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고, 미국의 군사적 선택카드가 아예 폐기되지 않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 북·미 상호간 결정적 대화계기를 마련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유예를 북·미대화의 시작점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북한 제재해제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적지 않은 간극이 있을 것”이라며 “그 공간이야말로 한국의 역할로 채워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이 미국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대화를 조속히 시작할 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동시에 시급히 제재국면 하에서도 가능한 대북지원과 남북교류의 물꼬를 터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는 제재수위를 조정하는 명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북미대화의 압박, 중국에 적극적 협력 요구 등의 차원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핵포기’와 ‘핵보유’의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북 스스로 핵 무력이 미국과의 협상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생존을 위해 사슬을 풀 수 있는 것은 미국 뿐이다”면서 결국 미국과의 협상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고 부언했다.

美트럼프 행정부 역시 북·미 대화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가지고 나오기 전에 협상을 하지 못하면, 마냥 군사행동을 통한 협박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을 통한 압력도 시원찮아 북한의 미사일발사 행보는 ‘마이웨이’로 계속되고 있다.

끝으로 그는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조급해 하지 않고 협상 몸값을 올리고 있다”면서 “ICBM을 확실한 카드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북한의 의도를 알면서도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다. 그는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美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실전 배치에 앞서 군사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9일 새벽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19일 만에 북한이 벌써 3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미국 양측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좌우 양측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보수정치권에서는 “더 과감히 북한에 맞서라”는 주문이 있는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동아시아 긴장완화와 북·미 대화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하라”는 목소리가 각각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문재인 정부, ‘예측불허 美’ vs ‘핵 가진 北’ 틈새에서 존재감 드러내야 생존”

문재인 정부가 오는 6월 말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도적 지원강화 등 남·북 관계 개선의지를 뚜렷하게 밝힌 것은 북·미 대화를 검토 중인 미국에게 “한국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신호를 보낼 의도라는 해석이다.

박근혜 정부처럼 미국이익에 한국이익을 맞추면 한국의 입지가 매우 좁아지는 점을 학습한 문재인 정부는 큰 그림에서는 미·중 패권 영향권을 벗어나 다자외교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북·미 직접대화를 바라는 북한과 한반도정책이 아직 확고하지 않은 미국 사이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일문제 전문가는 "북한은 핵문제에 있어서 북·미 양자대화를 선호하는 반면, 미국은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야 비용을 나눌 수 있다고 보고 다자대화를 선호해왔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잘 설득하면 한국이 한반도평화의 주역을 맡을 수 있다"면서 이 같이 전망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와 ‘체제붕괴', ‘통일의 가속화', ‘38선을 넘는 북진' 등 4가지를 절대 추구하지 않는다는 등 ‘4-No'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백악관 측에서도 중국을 통해 ‘4 No'을 북측에 전달, 북의 핵과 미사일시험 잠정중단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4-No' 의지를 밝혔고 북한도 6차 핵실험을 안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서로가 대화에 적극적이지는 않아 보인다"며, 전문가는 "1.5 트랙(민간 대 정부) 협상의사타진 시도가 2~3차례 있을 것으로 예견 된다"고 전망했다.

북·미 상호간 최소한 "대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해 줘야 하는데, 북한의 탄도미사일시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도 먼저 얘기 꺼내기가 어렵고, 북한도 누군가 확실히 대화 테이블로 옷소매를 잡아 끌어주기 전에는 대화를 원한다는 모양새를 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지점에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는 "지난 정부에서 남·북 대화 채널이 완전 끊겼고 북·미는 한국을 무시한 채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북한이 미국의 ‘4-No' 방침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제재도 계속되는 상황은 북·미 대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특히 "한반도문제에서 한국의 입지와 역할이 매우 좁고 제한적이지만 남·북 관계 개선을 표방한 대북특사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의 모티브를 마련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새 정부가 ‘한·미동맹'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핵을 가진 북한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쉽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는 "우선은 한국의 이익을 미국의 이익에 맞췄던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한국과 한반도의 이익을 미국의 이익과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한국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므로, 대북특사를 통해 핵 실험과 미사일발사시험 중단선언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정중단과 대화요건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6월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4-No' 방침을 재확인하고,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양국정상이 약속하여,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미관계의 가장 큰 도전요인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ICBM 발사시험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거나 ICBM급 미사일발사시험을 감행한다면, 북·미 대화 여지는 크게 줄고 북·미의 자존심을 건 치킨게임과 심각한 군사적 충돌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우려다.

그러나 북한은 美트럼프 행정부출범 이후 몇 차례 탄도미사일실험은 했지만, 핵실험과 ICBM을 명시한 미사일발사시험은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미국의 압박 효과일 가능성, 기술적 문제 및 추가핵실험필요성, 대미협상기대에 따른 의도적 자제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美트럼프 행정부가 핵·미사일 실험중단을 최소 대화재개조건으로 내세운 점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몸값을 올려 미국과 대화를 할 때 기 싸움을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는 곧 우리 자신들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키면서 북·미 대화를 적극 촉구하는 등에 협상카드를 보다 세분화된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긴장국면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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