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쟁, 저성장, 고령화 등 노동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호봉제 임금체계의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직무급 도입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 축소 및 차별해소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라는 개념이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풀어 설명하면 ‘동일가치 직무수행에 대한 동일 기본급여의 제공’이다. 

같은 일을 더 잘하는 근로자는 성과급으로 해결할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을 바로 정규직화 하거나 정규직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기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많은 서구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직무가치에 기반한 임금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기업도 ‘직무급 도입’을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흐름에 전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연공서열식 호봉제 임금은 저 출산·고령화와 구조적 저성장, 4차 산업혁명과 평생직업 시대 등 새로운 경영환경과 이른바 공감대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요국들의 임금체계와 전문가가 말하는 직무급 도입 전략에 대해 본보 선데이저널이 알아봤다. 

● 직무급이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입각하여 직무의 상대적인 가치에 따라 임금액이 결정되는 임금제도이며, 이것은 직무분석과 직무평가의 결과에 근거하여 실시될 수 있다. 직무급의 기본 형태에는 개별직무급, 단일직무급, 범위 직무급 등이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입각하여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분석·평가하고 그 가치에 알맞게 지급하는 임금을 직무급이라 한다. 직무급을 기초로 하고 직무평가, 인사고과, 종업원훈련 등을 서로 관련시켜 유효하게 운용하는 것이다. 

직무급을 도입하려면 먼저 각 직무의 직능내용이나 책임도를 명확히 하고(직무분석) 이것을 기초로 각 직무의 상대적 가치의 서열을 매겨(직무평가) 그 결과를 임금에 결부시킨다.

업무성격과 난이도, 책임정도 등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임금체계다. 기본급 임금체계의 하나로 업무를 맡은 개인 특성과 관계없이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임금액을 결정한다. 

임금체계란 기본급을 결정하는 기준이나 임금항목의 종류 등을 일컫는 개념이다. 직무급제는 직무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직무분석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직무평가를 통해 개인의 직무수행 결과를 평가해 승급에 반영한다.

직무급의 특징은 직무(업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임금액을 결정한다. 따라서 직무급을 시행하려면 직무분석을 통해 각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직무분석 과정에서는 먼저 직위별로 업무 내용을 조사해 직무를 결정하고 각 직무별 직무평가를 시행한다. 급여를 결정할 때는 직무별 시장 급여수준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단, 특정 조직에서만 활용하는 직무의 경우에는 시장조사를 통한 급여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 

지속적인 직무평가가 필요한 것도 직무급제의 특징이다. 따라서 기술혁신이나 배치전환에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직무 내용이 달라질 때마다 평가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인력 유입과 유출이 빈번한 기업에서는 직무급제를 활용하여 직무단위로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이 유용할 수 있다. 기업이 직무내용을 기반으로 채용공고를 공표하면 노동자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직무능력에 걸맞는 기업을 찾기 수월하다.

근속연수, 나이, 성별 등 개인 특성과 관계 없이 직무에 따라 임금액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가장 근접하게 실현하는 보상제도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직무평가 과정에서 객관적 기준을 잡기 어렵고 지속적인 직무평가가 필요한 점은 단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주요국들의 임금체계는? 

미국의 직무급은 ‘동일 임금법’, ‘민권법’ 등 성별·인종과 같이 직무수행과 무관한 요소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사법적 압력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기업들이 전문기관에서 개발한 범용성 높은 방법으로 직무가치를 평가하고, 이에 상응하는 임금정보를 임금정보업체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직무 및 임금과 관련된 방대한 시장정보가 구축되어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3,500개 이상의 회사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개별기업이 전문기관에서 제공하는 시장정보에 기반 해 직무운영과 임금 의사결정을 지속해온 결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개방성도 확대되었다고 한다. 

또한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직무평가를 통해 기업의 목표달성과 전략수행에 중요한 직무를 선정해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조직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독일은 산별협약에 의해 직무급이 자리 잡았다. 기업에서는 임금과 생산성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직무급을 추진했고, 노조는 동일 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 여기에 동의했다. 정부는 동종업종 직무평가 표준모델을 만들어 임금 책정 시 이 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공이나 성별 등 비 직무관련 요소를 배제하고 직무 가치에 기반한 임금제도를 실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정책이 잘 정착 되어 있고, 기업 입장에서 임금과 생산성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졌다. 

근로자 역시 같은 일을 하는데 비 직무관련 요소로 차별 받을 가능성이 낮아졌다. 독일은 산업별 교섭을 통해 직무평가와 직무급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독일 금속산업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직무평가 점수표를 적용하여 직무를 17등급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상응하는 기본급을 산정하고 있다.(2015년 기준)

일본은 우리나라의 연공서열형 인사제도에 영향을 줬지만 변화하고 있다. 연공 급 및 그 변형형태인 직능급을 버리고 직무 및 성과와 연동된 직급 및 임금체계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 주요기업들은 임금 결정에서 연공과 근속요인을 대폭 축소하고 직무와 조직관리 역할을 반영한 임금체계로 전환했다. 도요타자동차는 2000년 기본급에 성과급을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했으며, 2004년에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숙련급과 생산성 급여를 추가했다. 

2016년부터는 근로자들의 성과를 매달 평가해 월급 에 반영하는 성과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산직의 급여가 월 단위로 차등 지급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중국 역시 선진국 형 직무급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직무급은 중국의 WTO 가입 이후 개방적 경쟁 환경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확산됐다.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바바는 직원을 기술직, 관리직으로 나누고 직군별 직무를 10개 등급으로 구분해 임금수준 을 정하고 있다. 

● 머서코리아 ‘박형철’ 대표가 말하는 직무급 도입 전략 

머서코리아 박형철 대표는 “직무급을 도입하기 위해 첫 번째 할 일은 기업 내 존재하는 직무를 분류하는 ‘직무분석’이고, 두 번째 과정은 분류된 직무를 평가해 가치를 부여하는 ‘직무평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무분석’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실행하는 직무단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직무분석의 오류 중 하나는 직무분류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1인 1직무 부여가 가능하도록 직무를 체계적이고 세분화해 분류한다. 

1인 1직무 부여를 통해 조직 구성원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전문성을 높이고 업무 운영의 투 명성과 공식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세세한 직무분류가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최첨단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도 매우 세분화된 직무분류를 주기적으로 수행하면서 새로운 직무 혹은 변경·폐지돼야 할 직무를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업전략과 연계해 직무분류를 주기적으로 세분화 하는 것이야 말로 급변하는 환경에 더욱 적합한 조직관리 방법이고 새로운 일을 수행할 전문가의 영입이나 육성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직무평가’의 방법은 조직 내만이 아니라 동종업계나 시장과 비교 가능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직무평가를 통해 직무가치를 확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임금 수준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조직 특유의 방법을 사용 할 경우 외부와의 비교가 불가능해 직무가치와 임금수준에 대해 기업-근로자간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직무평가가 이루어지면 각 직무별 임금수준 결정이 가능하다. 또한 ‘정규직으로 운용할 직무군’과 ‘외주 화 또는 비정규직을 사용할 직무’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판단된 결과를 토대로 노사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면 동일노동에 대한 임금차별 분쟁, 정규직-비정규직간 차별에 따른 법적 논리적 분쟁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일노동을 수행함에도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비효율성을 차단’할 수 있으며, 청년고용 확대를 통한 조직 활성화, 성별 등 비관련 요소가 아닌 직무적합성에 근거한 업무·경력관리를 통한 전문 성 강화, 가치창출에 핵심적인 직무에 조직역량 집중화 등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무렵부터 일부 직종에서 직무급이 도입되었으나, 1990년대 대부분 직능급 형태로 전환되었다. 2000년대 중반 기준 직무급제만을 기본급 임금체계로 적용한 기업은 매우 적으며 사용하더라도 호봉제나 직능급제와 병행하는 사례가 많다. 2017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기가 논의되면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저작권자 © 선데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