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사업전략뿐만 아니라 임금체계를 현지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본보 선데이저널에서는 콘페리헤이그룹 최지혜 수석컨설턴트가 대한상공회의소 최신 경제정보지에 게재한 해외 주요국, 특히 우리기업들이 진출을 많이 고려하는 인도·브라질의 임금체계 특성을 소개하고자 우리나라 진출기업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동유럽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A사는 해마다 높아지는 퇴직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금과 복리후생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들이 ‘낮은 보상 수준’을 이유로 퇴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의 임금체계를 해외에서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A사의 경우 국내 생산직에게 적용하는 연공서열식 임금제도를 그대로 도입했는데, 직무급을 당연시하는 현지에서는 그것이 불만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복리후생 제도도 마찬가지다. 구내식당, 기숙사, 통근버스 등 한국식 복리후생제도운영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선호하는 선택적 복리후생제도나 휴대폰지원 등의 제도는 도입하지 않았다. 현지와 맞지 않는 급여·복리후생 제도로 인해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현지 직원의 만족도는 높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B사는 미국 등 선진국 위주의 해외법인 임금구조설계경험을 바탕으로 1년 후 설립될 인도법인의 임금제도를 설계하다 최근 급하게 내용을 수정했다. 당초에는 현지직원의 인건비 예산을 미국 법인과 유사하게 기본급과 성과급 위주로 구성했다. 

하지만 인도 현지의 시장데이터를 살펴보니 전체 임금 중 기본급과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기본 급 40%, 성과급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50%는 복리후생이었던 것이다. 현지 임금체계의 특성을 몰라 현지법인설립 이후 큰 혼란이 발생할 뻔한 것이다. 

신흥국별 맞춤형 임금체계 설계해야 높은 시장 성장률, 저렴한 인건비, 느슨한 규제 등 다양한 이유로 신흥국 진출을 계획하거나 이미 진출 한 한국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앞의 사례들처럼 현지국의 트렌드를 간과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 신흥국 시장이다. 

중국·동유럽·남미·동남아 등 신흥국에서 성공한 기업은 현지 환경에 맞는 적절한 사업전략을 구사한 면도 있지만, 해당 국가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최대 한 반영해 조직을 운영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신흥국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현지 법인에 적용 하는 인사제도를 설계할 때 가장 고민해야 할 포인트는 바로 ‘본사중심 정책과 현지중심 정책 간의 균 형 찾기’이다. 임금제도 또한 이 기준에 따라 섬세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현지의 임금제도는 전사 공통의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현지국의 트렌드를 반영해 설계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현지국의 트렌드는 경제발전방향, 인력특성, 노동법은 물론이고 사회관습, 문화로부터 비롯된 기대심리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콘페리헤이그룹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가별로 총임금 내 구성요소 비중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인도는 복리후생이 총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5%로 나타났다. 본 브리프에서는 ‘넥스트차이나’라고 불리며 우리기업들이 최근 진출을 많이 검토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국인 인도와 브라질의 임금체계 특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인도의 경우 기본급보다 수당·복리후생 많아 인도의 임금구조는 다른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하다. 대부분 국가의 임금구조가 기본급을 바탕으로 수당, 성과급 등을 추가하는 것과 달리, 인도의 경우는 기본급과 별도로 평균 10개가 넘는 수당과 각종 복리후생, 퇴직 및 사회보장제도 관련 지원금 등으로 구성된다. 

임금구조가 복잡한 만큼 회사가 지급하는 총비용(CTC, Cost to Company) 관점에서 임금을 관리해야 한다. 인도의 임금체계가 이렇게 된 것은 세금 때문이다. 각종수당, 복리후생 종류별로 비과세비율이 정해져 있어 수당, 복리후생을 다양하게 지급할수록 직 원들의 실질임금이 높아진다. 

콘페리헤이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참여사의 77%가 의료보험을 지원하고, 67%가 생명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차량 운영을 지원하는 곳은 56%이며, 핸드폰이나 점심식사를 지원하는 회사도 각각 38%와 26%였다. 인도의 임금은 수당종류와 개수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임금체계설계 시 고려요인이 많은 편이다. 

때문에 현지 상황을 충분히 조사한 후 임금체계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인도의 임금은 아직까지는 기본급외의 수당이 많고 성과급 도입률도 낮은 편이나 점차 선진국들처럼 단순한 ‘기본급+성과급’ 개념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의 경우 법정수당·높은 성과급을 유의해야 한다. 브라질은 서구국가들과 유사하게 ‘기본급+성과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활용한다. 다만, 기본급 설계 시 법적으로 요구하는 크리스마스 기념금(일명 13번째 급여)과 월급의 1/3에 해당하는 휴가수당이 포함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법적으로 중식대와 교통비는 기본급에 포함시키지 않고, 바우처 등 별도 수단으로 제공해야 한다. 브라질은 기본급에 대한 과세율이 매우 높은 반면 이익배분제(Profit Sharing Program)를 통해 지급된 성과급에 대해서는 기업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따라서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이익배분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 직원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 이다. 이런 특성상 브라질 직원들의 기본급 대비 성 과급 비율은 타 신흥국 중에서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임원은 52%, 매니저급은 21%) 

복리후생제도를 보면, 브라질 진출기업의 90%이상이 생명보험과 퇴직연금을 법정기준 이상 지원하고 있고, 67%는 휴대폰 및 모바일 인터넷 사용료를 직급 구분 없이 전 직원에게 제공한다. 가파른 임금상승에 대응도 중요 신흥국 진출 시 가파른 임금 상승 속도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브라질, 인도의 경우도 연 임금인상률은 10%에 육박하고, 승진하는 경우 이전보다 50% 넘게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 시장추세를 따라가자니 비용증가가 부담되고, 인상률을 낮추자니 인재를 뺏길까 걱정된다. 변화가 많은 신흥국에서 기업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임금상승에 대한 대응전략을 선제적으로 찾는 것은 해외진출을 고려하는 우리기업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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