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당시 CCTV에 포착된 주범 A 씨의 모습을 공개한 부산경찰 SNS. 부산경찰청 제공

▲ 2002년 당시 CCTV에 포착된 공범들의 모습을 공개한 부산경찰 SNS. 부산경찰청 제공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한 ‘부산의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이 한 시민의 결정적인 제보와 경찰의 끈질긴 수사 덕분에 15년여 만에 해결됐다. 부산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지난 2002년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한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 피의자 양모(46)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붙잡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2002년 발생한 부산광역시 사상구 다방 여종업원 피살 미제사건이 부산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15년 만에 범인들이 붙잡혔다. 지난해 경찰 SNS 등을 통해 들어온 결정적인 시민제보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당시 31세이던 피의자 양 씨는 피해여성의 은행계좌에서 두 차례에 걸쳐 현금 796만 원을 인출해 달아났고, 인출장면이 CCTV에 찍혔지만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또 인출을 도운 여성 A(당시 23세) 씨와 B(당시 26세) 씨를 사기와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피의자 양 씨는 2002년 당시 피해자를 납치한 뒤 적금통장 등을 빼앗은 뒤 흉기로 가슴 등을 수십 차례 휘둘렀고, 사체를 강서구 명지동 바다에 버렸다. 공교롭게도 사체는 강서구 강서경찰서 인근 서낙동 강변으로 떠밀려와 같은 해 5월 31일 발견됐다. 

2002년 당시 피해자가 발견된 강서구 서낙동강변. . 부산경찰청 제공

다음날 오후 12시 15분께 양 씨가 사상구의 한 은행에서 296만 원을 인출하는 장면과 6월 12일에 부산 북구의 한 은행에서 공범들을 시켜 적금 500만 원을 해지하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더 이상 수사가 진척되지 못해 장기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당시 미제사건을 다룬 프로그램도 전파를 타는 등 세간의 이목을 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경찰은 이 사건을 경찰 SNS와 언론사 등을 통해 당시 범인들이 포착된 사진과 함께 다시 공개 수배했고, 여성 공범 2명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돼 이들을 지난해 4월 5일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을 통해 주범 양 씨의 전화번호 등을 확보하고 통화내역 등 정밀 추적 수사에 들어갔고, 결국 양 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검거에 성공했다. 

그러나 붙잡힌 양 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이 같은 진술이 '거짓'으로 나왔지만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당시 포착된 CCTV 속 인물과 양 씨를 유사한 각도에서 촬영한 얼굴 모습을 분석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 결과를 얻었고, 목격자들과 지인들이 같은 인물이 맞다고 하는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범인으로 지목했다.

▲ 15년전 살인 피의자(위)와 공범이 은행서 돈찾는 모습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당시 양 씨와 둥글고 물컹한 느낌의 물체를 차에 싣고 가서 내려주었지만 무서워서 물어보지 못했다"는 지인 C 씨의 진술과 "수리하려고 가죽시트를 벗기다가 혈흔으로 보이는 검붉은 얼룩을 봤다"는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사들인 D 씨의 진술도 확보했다. 양 씨는 당시 일을 그만둔 뒤 도박에 빠져 신용카드 연체료 등 빚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 씨는 지난 2002년 7월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붙잡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2003년 부녀자 강도강간 사건을 다시 저질러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양 씨는 집행유예가 취소돼 10년간 교도소에 갇혔다가 지난 2014년에 출소했다. 

경찰은 결국 양 씨를 검찰에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지만, 양 씨가 피해자를 납치, 감금하는 데 도움을 준 제3의 공범이 있는지,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며, 인출을 도운 공범 두 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를 공범의 존재 여부를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범인의 검거 소식을 들은 피해자 유족은 “늦게나마 범인을 붙잡아줘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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