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부터 정기국회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열리는 첫 정기국회다. 여야는 정국의 주도권 을 잡기 위해 정책과 예산 등 이슈 하나하나를 놓고 대격돌을 벌일 전망이다. 

10년 만의 공수교대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는 어느 때 보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통상 정기국회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상임위원회 법안심사,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심사 순으로 진행된다. 

기업과 기업인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대거 논의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야권의 견제 역시 거셀 전망이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복지예산을 ‘포퓰리즘’으로 규정, 대대적 삭감을 예고했다. 

● 공통공약·무쟁점법안 먼저 처리 

여야는 각 당의 공통 대선공약과 의견이 엇갈리지 않는 무쟁점법안 62개를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유통업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 공통 공약을 반영한 법안이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유통업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 놓은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억제와 중소 납품 업체 권익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대형유통업체의 악의적 불공정행위에 따른 피해에 3배의 배상책임을 부과한다.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 등이 해당된다. 대규모 유통업법을 국회가 개정해야 시행 할 수 있다.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을 막기 위해 징벌 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 한 법률’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또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담은 법안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 소득세·법인세 인상안 ‘주목’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 5억 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한편 법인세 과표 2 천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기존 최고세율 (22%)보다 3%포인트 높은 25%로 적용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여당은 조세정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법인세 인상이 국제적 인 추세와는 거꾸로 가는 ‘청개구리 정책’이라며 반 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 오너가 아니라 주주, 근로 자,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한다”며, “법인세 인상은 국민 증세, 일자리 감소세”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증세논의에 참여하면 한국당도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절충안에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담뱃세와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담뱃세를 2천 원 인하하고 배기량 2천㏄ 미만 승용차의 유류세를 50% 내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이 소득세·법인세 증세를 막기 위한 협상 카드로 담뱃세·유류세 인하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 근로시간 단축도 논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시간 단축 논의도 관전 포인트다. 여야는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을 단축하는 데에는 의견을 좁혔지만, 적용시기, 휴일근로할증률 등에서 이견을 보였다.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들에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인건비 추가 부담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메가톤급 이슈다.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선 중 소기업에 대한 적용 유예, 연장·휴일근무수당 중복 문제 해결, 특별 연장근로(8시간) 인정 등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법정근로시간의 기준은 1주일이다. 정규근로는 하루 8시간씩 1주일에 40시간이 고, 1주일에 12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의 1주일이 5일(월~금)이라는 해 석을 유지해왔다. 

토·일요일(휴일)을 별도로 보기 때문에 현재 최장 근로시간은 정규 근로(40시간)와 연장근로(12시간)에 별도의 휴일근로 16시간(8시간 +8시간)을 더한 68시간이다. 여야는 1주일이 7일이라고 법에 규정해 별도 휴일 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근로시간을 줄일 방침이다. 

별도 16시간의 휴일근로가 사라지면 최장 근로시간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기업들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점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고용을 늘려야 생산량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추가고용 등에 매년 12조3천억 원의 노 동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300명 미만 중소기업이 전체비용의 70%인 8조 6천억 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됐다. 

● 규제개혁법도 다시 수면위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U턴기업지원법 등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들은 이전 정부에서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논의됐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당의 분위기도 조금씩 변하 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고 과제로 내세운 만큼 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규 제를 과감히 푸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 등을 감내하는 기업에 숙원과제인 규제철폐 · 개혁을 인센티브로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규제완화는 가장 효과적인 일자리창출과 경제 활성화 수단”이라면서 “불합리하거나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8·2 부동산 정책의 후속 대책으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대해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건강보험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및 재난적의료비지원법 제정도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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