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대 독재세습체제로 이어져 온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생존’ 방법은 핵과 미사일 개발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비난과 경제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핵과 미사일개발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재 3대 세습체제를 이어온 김씨 독재정권은 만약 개방화를 할 경우 북한인민들의 지지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후세인과 카다피의 축출을 보면서 초강대국 미국에 의한 정권 전복을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를 보장받고 싶었으나, 중국·러시아 등 자신들의 우방국조차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핵무기를 갖는 것이며, 우여곡절 끝에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 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안보전략도 과거 한·미동맹의 틀을 벗어나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당사국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지금 이미 개발된 북 핵 폐기를 앵무새처럼 주장할 게 아니라 추가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북·미간 평화협정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도록 우리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또한 북한의 체제보장 대가로 우리도 북 핵으로부터 확실한 국가안보보장책을 받아내야 한다. 물론 보수정치권의 거센 반발도 예상되고, 미·일이 순순히 응할지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북한정권에 우리의 남북공존의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호응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정부가 김정은의 조급성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의 선제공격 운운하는 꽃놀이패에 남북이 동시에 곤경에 처한 상황에 놓여 있는 형국이나 진작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비슷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 9월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안보실에서 북핵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 곧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특보는 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와 약 100분에 걸친 대담에서 “(북 핵 해법의) 큰 틀,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청와대) 안보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문재인)대통령도 기대를 하고 계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외교·통일부의 업무보고 격인 핵심정책토의에서 “미·중 2강에 의존하던 기존 외교 관성대로만 하지 말고 창의적인 외교가 되도록 발상을 전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축으로 해서 외교부·통일부가 함께 미·중을 넘어 러시아·일본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북 핵 외교 틀을 짜고 있는 셈이다. 문 특보는 “창의적 외교가 새로운 대(大) 전략을 의미하는 거라면 지금이야말로 필요한 시점 아니냐”는 질문에 “국가안보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니 가디려보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 문정인 특보는 함구하면서도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와 얘기를 해서 지평을 넓혀서 공동의 지평을 짤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북한이 안 들어오더라도 한·미·중·러가 컬렉티블리(collectivelyㆍ집단적으로) 다룰 수 있는 큰 틀을, 큰 그림을 그릴 단계가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2007년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협상의 틀을 한국이 주도해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천명해온 ‘한반도 운전자론’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한국이 운전석에 앉아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능동외교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와 틀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운전자론”이라고도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지수는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운전자론을 두고 “처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헛소리”라며 “핵은 철저히 우리와 미국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문 특보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가졌던 건 사실”이라며 “(문 정부가) 소위 전향적으로 나올 걸로 기대했는데 (전 정부와) 차이가 하나도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고 한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더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9년간 보수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망가졌고 진보 정부가 들어온다고 바로 회복할 수 없다”며, “그 상황에서 사드 문제 생기고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발생하게 되면서 어려워졌고, 우리는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미국에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정인 특보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인내심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든 대화를 열어야 한다”며 “북한이 거부하더라도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한반도 운전자론 비난에 대해선 “그건 북측에서 미국에만 경도됐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대한민국이 운전석에 앉아서 우리 운명을 우리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고 한다. 

북·미간 물밑접촉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문 특보는 “(북·미)뉴욕채널이 별로 가동이 안 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고 하며, 북핵 문제 해결에서 한국이 소외될지 모른다는 소위 ‘코리아 패싱’ 우려와 관련해선 “한국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며 “지금 정부처럼 입장을 분명히 하면 코리아 패싱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고 전했다. 

문정인 특보가 이어 강조한 건 대북특사 등 비밀 접촉의 필요성이다. 지난 1962년 발생한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풀어낸 건 비밀 특사 외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문정인 특보는 “공개적으로는 서로 협박을 하더라도 막후 접촉을 통해서 비밀 협약을 만들어내는 다차원적 채널이 있어야 한다는 게 쿠바 미사일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를 두고 일각에서 비난 여론이 비등한 것을 두고 문정인 특보는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안 했다면 대통령이 얼마든지 여유를 갖고 다룰 수가 있었는데, 바로바로 터지는 상황에선 문 대통령이 못 지키는 방향으로 자꾸 전개가 됐다”며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고 하는데 전 그건 동의 못한다. 국민 여론을 우리 대통령이 너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나오는 전술핵 재배치 및 일각의 자체 핵무장 주장에 대해 문정인 특보는 ‘No’라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그는 “한반도는 종심이 좁고 군사지역과 도시가 밀착된 곳은 전술핵과 전략핵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며, “미국이 항공모함에 핵탄두를 탑재한 것으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술핵 공동 운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럽에서도 전술핵은 말이 공동 운용이지 사실상 미국 대통령만 사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핵무장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1년이면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가 아는 정확한 분석에 따르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문정인 특보는 외교안보라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도 외교 트레이닝도 되어 있으시고 정치적 경륜도 있으시고, 외교팀에서도 전부 다 지원을 해준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기본적으로 팀으로 움직이는 거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도 맡고 있는 문정인 특보는 이날 교수 개인자격이 아닌 청와대 특보로서 대담에 응했다고 한다. 대담도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5층에 마련된 특보사무실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과연 언제쯤이면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 올 수 있을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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