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등용한 PK(부산·경남)출신 인재들은 시련의 연속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PK(부산·경남)출신 가운데 시련을 겪은 인사들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등으로 이들이 유독 혹독한 시련을 겪은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고를 졸업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9월 15일 자진해 사퇴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9월 13일 ‘뉴라이트 사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의결됐다. 사실상 여당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 셈이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야권의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 언론들로부터도 계속 뭇매를 맞고 있다. 류영진 처장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부산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시약사회장을 지내는 등 부산에서 줄곧 활동해온 PK(부산·경남)출신 인사다. 

중도에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경남 밀양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법대를 졸업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안 전 후보자는 사문서 위조, 허위결혼, 성희롱 등을 저지른 사람이라며, 사회정의, 법질서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물론 책잡힌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 속에 자진사퇴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부산고를 나온 PK(부산·경남)출신 인사다. 김 후보자는 야권이 이념의 편향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PK(부산·경남)출신 인사들의 시련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여권의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PK(부산·경남)정권’이라는 인식이 강한 여권 주류는 부산 주류 교체를 재집권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진사퇴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와 중도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까지 그대로 임명됐다면 18개 정부 부처 중 5개 부처가 ‘PK(부산·경남)출신 장관’으로 채워졌을 수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PK(부산·경남)출신 인재등용이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와 오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PK(부산·경남)주류세력의 완전 교체를 위한 ‘인재양성’ 차원이라는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PK(부산·경남)출신 인재들에 대한 지연·학연·코드인사에 집중한 반면, 자질과 도덕성 검증 등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결국 문재인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는 지연·학연 인사폐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 후보자는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통해 추천됐다는 게 후문이다. 문 보좌관도 부산 성모여고를 나온 PK(부산·경남)출신이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임명 초기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PK(부산·경남) 측근으로 인식되면서 공격대상이 됐다. 거기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암묵적 협공’이 문재인 정부 인사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PK(부산·경남)지역에서 ‘잠재적 경쟁자’ 제거가 필요했고, 국민의당은 ‘호남탈환’을 위해 인사실패를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조각을 마치지 못한 가운데 인사 참사는 꼬리를 물고 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장관 후보자 등이 잇따라 낙마했다. 

중소벤처기업장관은 문재인정부가 신설한 부(部)의 첫 장관이자, 새 정부 내각 18개부의 마지막 장관 인사로 인해 여권이 내홍을 겪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권초기에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 시행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할 수 있었지만, 이후 인사시스템이 정비된 후에도 비슷한 인사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대란은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청와대는 “일단 지켜보자”며, 상황을 방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인사관련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인재 풀(pool)을 확보하라는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인사논란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정치적 성향, 진영논리 등에 빠져 추천, 검증과정이 부실했던 것은 아닌지 등 인사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인사추천실명제 도입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쌍주 주간  sundayk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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