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할 것이다. 
 
본보 선데이저널은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연구원의 “한국인의 24시간 일상생활 분석을 통해 2000년 이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생활방식들이 속속 생각난다. 거실이나 안방에 놓인 전화기 한대를 가족이 함께 쓰고, 브라운관 TV를 보며, 외식은 흔하지 않았다. 

특별한 음식이라도 만든 날에는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따뜻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이제는 이러한 모습을 TV로 시청하며 추억해야 할 정도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크게 변화했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기업경영에서도 중요한 변수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고객의 관심과 가치관을 반영하므로 고객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 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다. 그렇다면 지난 15년간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가 하루 24시간 동안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 일 줄이고 개인시간 늘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개선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행동은 ① 개인유지활동(식 사, 수면, 목욕, 외모관리 등), ② 의무 활동(일, 가사, 학습 등), ③ 여가활동(교제, 미디어 이용, 운동 등) 등 크게 3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통계청이 5년 주기로 공개하고 있는 ‘생활시간조사결과’를 분석해보면, 1999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인은 일과 여가활동은 줄인 반면 식사, 수면, 목욕 등 개인유지 활동을 늘렸다(20세 이상 성인 기준). 

구체적으로 2014년 한국인은 평일 24시간을 개인유지 활동(10시간 58분), 의무 활동(8시간 35분), 여가활동(4시간 26분)을 하면서 보내고 있는데, 1999년 대비 개인유지 활동은 47분 증가한 반면, 의무 활동 과 여가활동은 각각 22분, 25분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과거보다 오래 먹고(22분 증가) 오래 씻는다(21분 증가). 식생활과 관련해 간식‧음료시간이 1999년 18분에서 2014년 31분으로 일반 식사시간(9분 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주말 외식을 위한 이동시간이 크게 증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타 연령대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외식을 위한 이동시간이 과거 대비 더 크게 늘었다. <20~30대 12분 증가, 40대 9분 증가, 50대 7분 증가, 60대 이상 6분 증가> 교제, 미디어 이용 등의 감소로 전체 여가활동 시간은 감소했지만,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늘었다. <평일 10 분, 일요일 16분 증가> 

최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지난 15년간 한국인의 워라밸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 평일 오프라인 쇼핑 줄고 온라인 쇼핑 증가 

사람들은 과거보다 쇼핑을 많이 하는데, 평일(2분)보다는 일요일(7분) 증가폭이 더 컸다. 평일의 경우 온라인 쇼핑은 늘었지만, 오프라인 쇼핑이 감소해 전체적으로 쇼핑시간이 유사했고, 일요일의 경우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이 모두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전체 연령대에서 쇼핑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평균시간 관점에서 보면 증가폭이 크지 않지만, 쇼핑을 10분 이상 한 사람(쇼핑 행위자)의 비율을 보면 20대는 1999년 9.6%에서 2014 년 21.3%로, 30대는 18.7%에서 33.9%로, 40대는 14.3%에서 29.4%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평일에는 30대(21분)가, 일요일에는 20대(34 분)가 온‧오프라인 쇼핑을 활발하게 하며 젊을수록 온라인 쇼핑 비율이 높았다. 미혼자들의 평일 및 일요일 쇼핑이 증가했으며, 기혼자보다 밤에 오프라인 쇼핑을 많이 하고, 온라인 쇼핑 역시 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 건강관리 위해 운동 즐기고, 인터넷, SNS 등을 여가에 활용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지난 15년간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평일(10분 증가)보다는 일요일(16분 증가)에 증가폭이 더 컸다. 

운동의 종류로 구분해서 보면 일요일에는 걷기·산책하는 사람이 과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고, 평일에도 헬스 등 개인 운동하는 사람들이 2배 증가했다. 책, 신문 등과 같은 전통 미디어를 통한 여가는 줄고 인터넷, SNS, 게임 등을 이용한 여가는 증가했다. 

음악 감상 활동도 늘었는데 스마트폰을 통한 음악 감상의 용이성과 이로 인한 일상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SNS가 대중화되면서 20세 이상 성인의 평일 대면 교 제 시간은 감소하고, 비대면 교제시간은 증가했다. 

● 시사점 및 기업 대응 

2000년 이후 라이프 스타일의 가장 큰 변화는 ‘집단’ 에서 ‘개인’으로 가치가 이동하고, 온라인 생활이 증가한 점이다. 일과 교제를 줄이고 식사, 목욕, 운동 등 개인시간이 크게 증가했는데, IT 기술의 발달로 쇼핑, 통신, 교제를 위한 시간이 단축된 요인도 있겠지만 개인의 자기관리 성향이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나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람들은 남들의 소비패턴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과감히 소비하는 ‘가치소비’, ‘취향소비’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의 가치와 가성비 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과 더불어 빅 데이터 등을 활용해 개인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등 마케팅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온라인 생활(온라인 교제 및 쇼핑·미디어소비)이 증가했는데, 향후 개인화 트렌드 확대, IT 기술발달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는 온라인 판매채널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쇼핑공간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주요국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마케팅에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 중국 알리바바는 지난해 가상현실(VR)기반 온라인 쇼핑몰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개별 구매한 VR안경을 쓰면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만 으로도 제품 선택에서부터 구매, 지불 단계까지 완료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미국 백화점 니먼 마커스는 온라인 매장과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AI기반의 ‘시각검색’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다. 

‘디지털 미러’로 고객의 체형과 사이즈를 분석한 뒤 재고목록에서 이상적인 상품을 검색해 추천한다. 인구구조변화, 기술진보 등으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향후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기업은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과 가치관의 변화를 빠르게 간파하고, 향후 트렌드를 예측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저작권자 © 선데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