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안보문제다. 그중에서도 북한 핵문제는 단연 중요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트럼프 미대통령이 한·중·일을 순방했다. 이를 두고 각국은 나름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금성과 천안문을 통째로 비워 마치 ‘황제의전’을 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가 황제의전을 받았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니고, 미국은 자국의 국익에 따라서 전략을 바꿀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핵문제는 과연 어떻게 귀결 될 것인가? 

그에 대한 전망은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 그리고 그 안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측면에서 내다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트럼프 미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지금은 경질 된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의 말들이다. 그의 말은 우리에게 던져주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 前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흘린 백악관의 속내

경질된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경질되기 전 아메리칸 프로스펙트라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국내 언론은 ‘스티브 배넌’의 인터뷰 내용을 전달하면서 그가 경질되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스티브 배넌’이 어떤 인물인지를 이해한다면, 그가 백악관에 남아있든, 경질이 되었든 아무런 상관없이 그의 발언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군사적 해법은 없다. 그건 잊어버려라”고 말했다. 스티브 배넌은 “누군가 전쟁 시작 30분 안에 재래식 무기의 공격으로 서울에 사는 1천만 명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방정식을 풀어서 내게 보여줄 때까지 여기서 군사해법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막대한 인명 피해를 군사옵션 배제의 이유로 들었다.

스티브 배넌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키고, 미국은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브 배넌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문제를 군사적으로 푸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는 군사적 옵션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어느 쪽이 진심일까? 스티브 배넌이 말한 게 백악관의 속내라는 얘기다.

우선 스티브 배넌은 ‘재래식 무기로 천만 명의 목숨이 위협 받는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건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응징하기 위해서 '제한적인 군사적 공격'을 북한에 가했을 때를 전제한 발언이다.

핵시설이나 공항 같은 군사시설을 공격해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식의 군사적인 옵션을 실행할 수 있느냐를 말한 것이다. 

결론은 그것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전면적인 전쟁을 결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 아주 제한적인 재래식 공격도 반격으로 인해서 천만 명이 죽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한,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맞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스티브 배넌을 ‘극우인사 또는 미친놈’으로 묘사하는 언론들도 있지만 스티브 배넌은 완전히 제정신이다. 그리고 트럼프행정부의 철학을 그가 만들었고 강고한 지지층을 이끌어가고 있는 언론인이다. 그와 함께 하버드에서 공부했던 동료들의 평가는 ‘굉장히 똑똑한 인물’이라는 평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스티브 배넌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스티브 배넌의 사상과 똑같은 코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은 큰 틀에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론에서만 조금씩 변화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스티브 배넌이 ‘북한이 핵을 동결한다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은 역시 팩트라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 발언 뒤에 이 협상 자체는 ‘요원하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미관계의 개선과 대화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멀었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나 국내언론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을 지어버렸다.

그렇다면 왜, 백악관은 핵동결과 미군철수를 검토했을까?

● 미국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지역에서의 두 가지 전략

미국은 동북아지역에서 두 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플랜 A는 지금 미국이 하는 것처럼 ‘한·미·일’ 삼각동맹을 활용해서 북한과 중국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의 일부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해서 일본의 고위외교관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미국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다”라고 했다. 일본은 미국보다 훨씬 강성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집착한다. 그러므로 미적거리는 미국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펼치고 싶어도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동맹’이라는 플랜 A를 실행하고 있는 한 꼼짝 달싹도 못하고 끌려가게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사드가 배치되었다. 크게 보면 중국포위전략, 동북아로 좁혀보면 ‘한·미·일 삼각동맹’의 하위 요소가 사드배치 같은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미국이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플랜 A에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과 한데 묶어서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그 핵을 미국본토까지 발사할 수 있는 수단인 ICBM을 개발한 것이다. 미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말이다.

그래서 미국은 아직은 실행하지 않은 플랜 B를 점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플랜 B는 남북을 통일시키고 그 통일된 국가로 하여금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이다. 그러한 통일의 과정에서 미국은 당연히 전시 작전권 등 주권을 돌려주어야하고 주둔했던 미군도 철수시켜야 한다. 스티브 배넌이 이야기했던 ‘미군철수’이야기는 바로 플랜 B를 미국이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간절히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하는 일본의 막강한 로비에 막혀서 미국이 플랜 A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플랜 A를 버리고 B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랜 A를 고집하면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이 날아올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국의 전략 전환을 위해선 일본이 큰 손해 감내해야

미국이 플랜 B를 실행해 남북을 통일국가로 승인하고, 아직까지 전쟁 중인(휴전 중)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외교관계를 수립한다는 이야기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기를 간절히 기대해왔던 일본이 그 모든 야망을 접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고, 어느 쪽이 쉬우냐 하는 것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일본은 ‘말 잘 듣는 개’다. 반면에 북한은 ‘짖어대는 야생 견’이다.

북한에게 당근을 제시하고 ‘중국포위전략’이라는 미국의 패권구상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수만 있다면 미국은 일본을 설득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인상을 쓰고 할 때까지 해보다가 정말 안 되겠다는 표정을 짓고 나서야 일본을 설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와 ICBM을 완성한 시점에서 플랜 A는 플랜 B로 바뀔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또 중국을 협박하기 위해서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을 핵무장 시키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미국의 가장 큰 대외전략의 축은 ‘비핵화’다. 그들은 남한과 일본에게 절대로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스티브 배넌은 “우리는 중국과 경제전쟁을 하는 중”, “중국과의 경제 전쟁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열광적으로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계속 진다면 5년 뒤처지게 된다. 내 생각에 10년이면 우리가 결코 회복할 수 없는 변곡점을 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 둘(미국과 중국)중 하나는 25년이나 30년 안에 패권국이 된다. 우리가 이 길에서 쓰러진다면 그들이 패권을 잡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그들(북한)이 우리를 툭툭 치고 있지만 그건 단지 사이드 쇼에 불과하다”고 부언했다.  

스티브 배넌은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경제전쟁 이야기했다. 그러나 스티브 배넌의 사상은 ‘순환역사관’이다. 스티브 배넌은 이제 곧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전쟁이 주기적으로 온다고 스티브 배넌은 믿었다.

그래서 그 대상은 중국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곧 다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포위전략’에 입각한 사전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트럼프의 경제적인 압력은 큰 전쟁을 위한 밑밥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을 빌미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본질은 북한정권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는 그 주된 타킷이 ‘중국 그 자체’라는 것이다. 

아직 미국이 플랜을 전환하지 않았지만, 북한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다가 중국과 북한이 결정적으로 틀어지는 순간 미국은 갑자기 북한과 화해를 할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게 바로 미국이 전략을 극적으로 전환하는 순간이다.

중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미국의 압박에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면 세컨더리 보이콧같은 경제적인 보복이 몰아칠 것이고 북한과의 관계를 청산하면 북한의 반발과 함께 미국의 수에 넘어가게 될 것이다.

북한문제는 단지 사이드 쇼(sideshow: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하는 스티브 배넌의 말은 진심이다. 그리고 그것은 백악관의 진심이다. 시간은 남북통일을 바라는 남과 북의 정의로운 시민들의 편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중국의 시진핑 정권과 일본의 아베정권이다. 

미국은 국익에 따라서 전략을 바꿀 뿐이다. 아마도 그 시점은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만간 우리들의 피부에도 와 닿는 변화가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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