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정가에서는 내년 6.13지방선거 분위기로 급전환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TK인사들이 최근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간 대구를 독점해온 보수진영에 경고등이 켜졌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시장 선거에 나올까에 관심이 매우 높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대구지역 정치판의 최대 관심사는 김 장관의 대구시장 출마 여부다. 김 장관은 입각 후 여러 차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지역정가에서는 ‘김 장관의 대구시장 차출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선거 흥행을 위해서라도 김부겸 장관과 권영진 현 시장이 맞붙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지역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초선이 맡고 있던 인재영입위원장을 5선의 이주영 의원으로 교체 임명한 것을 계기로 저인망식 인재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인물 대결’로 전개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내년 6.13지방선거의 공천을 다가올 재·보궐 및 차기총선을 대비한 인재풀 확충의 계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이 전략공천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거물급 인사들을 위한 정치입문 문턱 낮추기 일환이라는 분석이다.TK지역이 최대 텃밭인 자유한국당에서 이 같은 공천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잠행하던 TK 전문가 그룹들이 내년 6.13지방선거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구권에서는 현역의원의 출마가 거론되지 않아 대구시장 쪽으로 하마평이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관료 중에서 두드러진 인물은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54)이다. 경북고·서울대를 거친 경제전문가인 그는 ‘민주당에 대항할 강단 있는 젊은 인재’ 영입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지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TK 공직사회에서도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송언석 전 차관은 차기 경북도지사 출마가 거명되는 이철우 의원의 뒤를 이어 김천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60)도 대구권 행사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등 정치권 진입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경북고와 경북대를 거쳐 농축산식품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아이디어맨’으로, 각종 정책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농식품부가 추진한 농식품미래기획단 ‘얍(YAFF)’과 청년 창업 프로그램 ‘에이토랑(aTorang)’ 등을 기획해 농축산식품의 수출을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후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지낸 김재홍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사장(59)도 인재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중을 거쳐 서울 중앙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뒤 산업부로 들어간 그는 전형적인 덕장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맞춤형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조계 인물 중에서는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한때 박근혜 전 정부 민정수석을 맡았던 그는 지난 총선 등 선거 때마다 단골로 출마를 강하게 요구받는 인물이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산시장 후보로 안대희 전 대법관 영입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다.

대구고와 서울대를 거쳐 검사로 명성을 날렸다. 이들 외 경제계 1~2명의 인사도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정치권 도전을 견인하는 것은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TK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대구시장·경북도지사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인물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보수진영 궤멸 속에서 인물이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견인하고 대망을 꿈꾸는 인물들이 경쟁하도록 해 인재를 키워나가야 한다”며, “보수의 분열과 후퇴, 진보의 선전과 약진으로 대구시장 선거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보수진영이 단일 후보를 낸다면 김부겸 장관과의 정면 승부에서 승산이 있겠지만 여러 후보가 동시에 나온다면 보수 후보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른 정치계 관계자는 “홍준표 당 대표의 의중에 달렸다. 만약 자유한국당에서 현 시장 대신 낙하산 후보를 내려 보낸다면 상황이 더 복잡하게 꼬일 공산이 크다”며, “지금으로서는 김부겸 장관과 권영진 시장의 2파전이 가장 유력한 선거구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대구의 정당 지지도를 보면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 보다 더 높다”며, “특히 20~40대에서 탈(脫) 자유한국당 정서가 두드러진다”면서 “자유한국당이 이전처럼 대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는 4개 정당이 경쟁하는 현재의 다당 구도가 변수의 요인이 될 것이다. 바른정당이 후보를 내면 다자구도로 표가 분산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후보구도에 따라 변수가 많은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의 정치지형에서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을 놓치면 끝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내년 6.13지방선거에 올인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도 여기에 부응하려는 경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는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이후의 여파가 남아있어 지역적인 이슈가 묻히거나 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보수진영이 어떻게 대열을 정비하고, 후보 간의 교통정리를 하느냐에 따라 후보들의 전략이 나오고,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지성 기자  sundaykr@daum.net

<저작권자 © 선데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