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가 올 하반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앞세워 공수처 신설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맹견’에 비유하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당 등도 구체적인 설치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설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당·정·청이 연일 공수처 설치를 강조하며 검찰개혁의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내부 이견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11월 21일 공수처 설치 관련 4개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는 자유한국당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면서 본론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연내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당 소속의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당내 의견이 다르고, 당분간 이견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안에 입법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연내 공수처 설치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상식과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공수처 설치법을 양보할 수는 없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통제장치에서 검찰권력 역시 예외일 수 없고 예외여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상징이자 적폐청산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에서는 협상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인 박범계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공수처장의 경우 야당이 추천한 후보 중 한 명을 임명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답했다.하지만 공수처 설치관련 입법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조건부 공수처 도입 찬성 움직임이 확산되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는 ‘옥상옥’이 될 수 있고, 정치적인 악용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서 “공수처 문제는 국가 사정기관 전체 체계에 관한 문제다. 정치거래대상이 아니다. ‘충견’도 모자라 ‘맹견’까지 풀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주체별 공수처 설립추진 안은? 

법무부 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수사범위는 현직 및 퇴직 2년 이내 고위공직자(대통령, 국회의원 포함) 및 가족으로, 수장 임명은 국회에서 1인을 선출하는 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범계 의원 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수사범위는 전직 대통령 포함 현직 대통령 제외,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수장임명은 국회 추천 후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안이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 안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로 수사범위는 국회의원 포함 고위공직자(퇴임 3년 이내 포함), 전·현직 대통령 제외하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처 대통령이 임명하는 안이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 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수사범위는 대통령, 국회의원 포함한 고위공직자(퇴임 3년 이내 포함) 및 가족으로, 수장임명은 대법원장 추천, 국회 동의를 받는 안이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 안은 고위공직자부패방지처로, 수사범위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및 가족으로, 수장임명은 국회에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 임명하는 안이다.

법조계에서도 공수처 신설 문제는 ‘뜨거운 감자’라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수사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민의 87%가 공수처 신설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뽑을 만큼 기존의 검찰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열망을 바라게 하는 것도 사실 검찰이란 것이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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