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원장들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연일 국민들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국정원의 적폐청산과 조직쇄신”의 일환으로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고 기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지난 11월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했다. 

연내 전면개정을 추진하는 국정원법 개정 법안에는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란 용어를 삭제하고 대공수사권 등 모든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이관·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정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정치관여 등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적폐와의 단절을 통해 오로지 국가안보 및 국익 수호에만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기 위해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기로 했다”며, “대국민 불법사찰 등의 우려를 불식하고 시대착오적인 이미지와 국내정보부서 폐지라는 현실을 고려해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라는 용어와 함께 대공·대정부전복 개념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정보수집 범위를 국외 및 북한정보,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 방위산업 침해, 경제안보 침해 등으로 구체화했다. 

반면, 위헌논란이 반복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의 경우 정보수집 범위에서 제외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는 국정원의 예산안 편성 및 결산 과정에서 상세한 내용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고 내부에는 ‘집행통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특수사업비 등을 심사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국정원은 김대중 정부가 1991년 전두환 정부의 국가안전기획부를 개칭한 후로부터 사용되어 왔다. 또한, 국정원은 정치 관여나 직권 남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직무 범위를 수정하고 수사권을 국한 하겠다 고도 밝혔다. 

국정원법 개정안에는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을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며, 정치 개입 가능성이 있는 부서설치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정원개혁위는 지난 6월 19일 출범 후 지난 8일까지 개혁위가 선정한 15개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국정원의 국내 정치관여 근절을 위한 조직쇄신 적폐청산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분석 조직 및 관련 업무가 폐지되기도 했다.

국정원개혁위는 아울러 “직원 전문성 제고와 해외 북한 등 분야별 정보역량 강화 방안 제시에도 힘써, 국정원이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문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 정부의 국정원장 3명 전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세계 정보기관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며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승줄에 묶인 전 국정원 수장들의 언론에 비친 일그러진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4년간 국정원장을 지낸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복역 중이고 김대중 정부 임동원, 신건 전 원장은 불법 감청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한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대선자금 불법 모금과 북풍 등 공안사건 조작 혐으로 기소만 4차례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전 정부인 박근혜 정권 때 까지 국정원장 14명 중 무려 11명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았다. 전 정보기관장들의 구속 및 수사를 받게 된 모든 책임은 당연히 본인에게 있겠지만 국가수반인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자기 측근을 임명한 뒤 국가 정보기관을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위를 위해 이용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참에 환골탈태의 일환으로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변경할 것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름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 문제라는게 대다수 국민들의 질타를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정보원은 원래 5·16군사정변 직후인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범했다. 그 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1981년에는 국가안전기획부로 변경됐고 1999년에는 국가정보원으로 간판을 바꿨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전직 국가정보원장 2명 구속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을 전처럼 간판만 바꿔서는 안 된다. 국내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 조치하는 등 스스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혁신 없이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불행이 되풀이될 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보안·수사에 쓰라는 국민들의 혈세로 이뤄진 돈이다. 증빙자료가 필요 없다고 눈먼 돈처럼 대통령이 사적용도에 썼다면 대통령도 문제가 있다.

이번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난 마당에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그냥 덮어 서는 안 된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 혐의와 경중을 따져 처벌을 엄정 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국민들의 공감을 받을 것이다.

미국 등 대다수 선진국도 국익을 보호하고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휴전중인 분단국가이다. 대북정보와 방첩에 신속하고 강력한 국가정보기관이 꼭 필요한 만큼 차제에 전 국가정보원 수장이 다시는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전 철을 밟지 않도록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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