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 6월부터 20일간 실시한 ‘공공기관 미지정 기관의 출연금 등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정부로부터 출연금을 받는 공공기관 부설기관 및 공익목적 비영리법인 22곳을 감사해 17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지원을 받고 있지만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 안 된 곳은 총 418곳으로, 이들 기관에 올해 총 출연금(법률에 따른 보조금 아님)은 2조1366억 원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올해 100억 원 이상의 정부 출연금을 교부받은 22개 기관에 대해 감사를 했다. 재료연구소, 국가핵융합연구소, 세계김치연구소 등 이름만 들어본 기관들이다. 총 17건의 위법·부당사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주의조치 등을 내렸다고 한다.

그 실례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2014년 설립 이후 정보통신분야 국가R&D사업의 출연금 집행을 관리·감독하는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 기관은 2015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현장점검을 통해 감독대상기관 5개 기관에서 연구비 1억7000만원의 유용사실을 안 이후에도 추후 연구비지원 참여제한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하며, 유용내용을 살펴보니 대부분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또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전문수학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연구예산인력이 지속 감소하면서 연구기능이 약화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기관 역시 2013년 이후 주요연구과제가 진행이 안 되고 대부분 1회성 행사에 그쳤으며, 출연금 중 고유목적인 수학연구비 비율이 2013년 75.5%에서 올해 23.2%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기관평가에서도 3년 연속 미흡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2018년까지 10년간 ‘수리적 뇌기능 판독’ 등 4개 분야를 중점 연구한다는 장기 전략계획을 세웠으나, 감사결과 4개 분야 모두 공식적 평가절차 없이 연구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정부출연금 중 주요사업비 편성내역을 보면 ‘국제 학술교류 및 수학 대중화’ 예산은 2013년 24.5%에서 올해 76.8%로 증가했다. 반면 ‘수학기반 핵심기술연구’를 위한 사업비는 2013년 75.5%에서 올해 23.2%로 감소했다.

수리연구소 본연의 설립 취지와 달리 연구 사업비와 경연·세미나 사업비의 비중이 5년 사이에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또한, 현재 인력구성(50명)을 보면 기술·행정직은 2013년보다 4명이 증가한 반면 연구직은 11명이 줄었다. 

감사원 감사결과 ‘미지정 공공기관’들의 정부출연금 관리실태가 이처럼 엉망진창인데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제재를 안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미지정 공공기관 운영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해 미지정 공공기관들의 엉망진창으로 관리되고 있는 예산운용실태를 파악한 만큼 정부는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감독 방안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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