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퇴출위기에 몰린 외교관은?

재외공관장 인사가 단행된 가운데 주로 한·미동맹관련 업무를 했던 이른바 ‘동맹파’, ‘워싱턴 스쿨’ 주류 외교관들이 배제되면서 사실상 퇴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표적인 인사는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장호진 전 총리외교보좌관, 조현동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등이다.

이들은 공관장은 물론 다른 보직도 받지 못해 사실상 ‘퇴출’ 압박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김홍균 전 본부장의 경우엔 정년이 3년가량 남았지만 이미 퇴임 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청와대와 외교부, 주미대사관의 핵심 요직을 거치며 대미·북핵 업무를 이끌어 온 인사들이라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강경화 장관이 처음에 이들을 주요 보직에 임명하려다 청와대로부터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미국 중심의 사고를 하는 이들이 현 정부의 ‘코드’와 맞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외교 관계자는 “외교부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경험이 많은 엘리트들이 줄줄이 ‘사상 검증’에 걸린 셈”이라고 한마디 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청와대를 영문약칭 ‘BH(Blue House)’로 부르듯 외교가에서 ‘WDC’라면 한·미관계, 미·북 관계, 북 핵 업무를 주로 담당했거나 하고 있는 ‘A급 외교관’을 지칭하는 상징어이다.

엘리트 외교관으로 성장하려면 ‘워싱턴DC’에서 미국을 알고 체득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워싱턴DC’의 영문약칭 ‘WDC’를 따 그런 상징어를 만든 것이다.

역대정권의 직업 외교관출신 외교부장관, 차관, 청와대 수석은 대부분 ‘WDC그룹’에서 배출됐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최근 외교가에선 “WDC가 바뀌었다”고들 말한다. 노무현 정부 들어 WDC멤버들이 인사에서 ‘물먹은 사람’들처럼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해 ‘뒷방 클럽’을 형성한 데서 비롯됐다.

‘뒷방의 WDC’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역대 정권에서 외교부 북미과·북미국, 주미대사관·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1993~94년 1차 북한 핵 위기를 대화국면으로 바꿔놓은 장본인들이거나 1999~2000년 미·북 관계 개선에 직·간접으로 기여한 외교관들이라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한반도 외교의 주테마인 북핵 위기와 미·북 관계와 관련, 서울과 워싱턴의 양쪽 현장을 지켜온 WDC 멤버들이 제2차 북핵 위기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는 요즘 ‘뒷방신세’인 것이다.

외교부 내에서 이런저런 말이 끊이지 않음은 이 때문이다. 한 외교관은 “이번처럼 엘리트 외교관들이 한꺼번에 외교안보연구원에 몰린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면서 “우리 외교의 중심축이 여전히 미국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의 대미 외교경험을 사장시키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물론 “일부 인사는 앞으로 대사급 보직을 받기 위해 잠시 대기 중인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모두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소수인 편이다. 연구원에서 대기 중인 당사자들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경우는 다르지만 외교부 내에선 1980년 외시에 합격한 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후 외교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했던 인사가 조만간 다시 외교부로 돌아온다는 설이 파다해 설왕설래가 적지 않다. 특히, 이 인사는 외시 동기생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재외 공관장으로 나간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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