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대화’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북한이 종래의 태도를 바꿔 우리정부에 대화제의를 한데는 내부의 경제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6차 핵실험 이후 유엔과 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북한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돈줄’까지 조이는 조치를 취하자, 북한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됐고, 무엇보다 생필품 위주의 장마당과 시장경제가 무너지면서 주민생활이 위협받는 지경이 됐으며, 주민의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도 증폭됐다는 전언이다.

북한이 작년 12월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를 개최 한 것도 경제난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세포위원장대회는 보통 신년 초에 열리는데 12월에 미리 개최한 것은 그만큼 북한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북한주민의 생활이 급격히 어려워진 게 남북대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당 세포는 5~30명으로 구성된 북한노동당 최 말단 조직을 의미하며, 세포위원장이란 이 조직의 책임자를 말한다.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해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의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신년사에 청와대가 환영입장을 밝혔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국면전환을 알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특히, 평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데 주목하고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표단이라는 표현은 선수단뿐 아니라 평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전면적인 남북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청와대는 그간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시기, 장소, 형식 등에 구애됨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은 북 핵과 미사일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 핵미사일 해결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훈련연기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응하는 시그널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의 실무접촉 진행상황에 따라 훈련연기가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신중한 분위기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신년사에 나타난 북한의 의도들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면밀하게 확인하면서 대화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11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아마도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대화 성사로 미국과 북한의 대화 가능성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전날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언뜻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압박과 제재 기조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대북발언을 볼 때, 그의 태도변화 조짐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김정은과 ‘핵 단추’ 경쟁을 벌였다. 김정은이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훨씬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도 하는 핵 단추를 갖고 있다고 응수했다. 경솔한 발언이란 비판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는 추측이 쏟아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후 며칠 만에 태도를 바꿨다. 그는 이달 6일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 (내가) 김정은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했고, 10일엔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의)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의 공동 창업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월 11일 “미국과 북한이 직접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화에 나서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을 비롯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재제가 북한의 경제난을 가져옴에 따라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남북대화를 재개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참가하면서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것이 북한의 숨은 의도인지, 아닌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김쌍주 주간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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