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수 부산본부장/선임기자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한국정부가 패소한 가운데, 정부가 즉각 상소하겠다고 나섰다.

2월 23일 정부에 따르면 WTO는 전날(현지시간)한국정부가 지속적으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WTO협정에 위배된다고 1심 패소 판정을 내렸다.

WTO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28가지 수산물 수입금지와 세슘검출 시 기타핵종 검사대상 확대는 WTO위생 및 식품위생협정위반이라고 판단했다.

WTO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정부의 현재 조치가 일본산 식품에 대해 차별적, 필요이상으로 무역 제한적, 정보공표 등 투명성에서 미흡하다는 등의 WTO협정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현재 한국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기타핵종 검사증명서 상 기재내용 등은 절차적으로 WTO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이는 사실상 일본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셈이다.

정부는 패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상소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 상소기구는 일부 상소위원 공석으로 사건이 밀려 있기 때문에 60일 기간을 제대로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종 판정은 올해 하반기에 나오거나 내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원자력발전의 연료는 우라늄인데 왜, 세슘이 문제일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쏟아진 관련 기사들 중 가장 많이 다루어진 내용은 단연코 방사능 관련 정보다. 세슘이 어쩌고저쩌고, 반감기가 이렇고 저렇고 하며 다양한 기사들을 접할 수가 있었다.

원자력발전에서 연료는 우라늄이다. 그런데 왜, 세슘 이야기가 나올까? 세슘은 우라늄이 핵분열 한 후 나오는 방사성 원소이다. 중성자가 전속력으로 우라늄에 충돌하면 반으로 분열하면서 에너지와 중성자로 분열되는데, 여기서 분열된 원자가 바로 세슘인 것이다.

우라늄 235의 원자량은 235이다. 절반은 118쯤 된다. 세슘의 원자량이 137이므로 절반이 넘는다. 우라늄 235가 분열을 해서 딱 절반으로 갈라지지 않는 것이다. 핵분열의 결과 바륨(Ba), 크립톤(Kr) 스트론튬(Sr), 제논(Xe), 그리고 세슘(Cs)의 동위원소가 발생하게 된다. 모두 방사능을 방사성 원소이다.

다른 화학성질을 가지지만 동위원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이들의 질량이 모두 비슷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방사성 원소들이 나오는데 왜, 하필 세슘만 난리는 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해답은 두 가지다.

우선 원자력발전에서 나오는 세슘137은 자연 상태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우라늄235가 방사선, 정확하게는 자발적 베타붕괴를 하면서 소량 세슘137을 만들기는 하지만, 미량이라 무시할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선가 세슘137이 검출되었다는 소리는 원자력발전 관련사고가 있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한 것이다. 세슘의 검출 = 방사능 오염의 간단한 공식은 언론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세슘이 바로 알칼리성 금속이라는 점이다. 주기율표를 보면 나트륨, 칼륨, 루비듐, 세슘으로 되어 있다. 세슘은 우리 몸에 필요한 나트륨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데, 덕분에 몸에 한번 들어오면 도통 빠져나가지 않게 된다.

80%이상 배출 되는데 약 1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즉, 먹게 되면 1년 동안은 꾸준히 방사선 마사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언론에서 세슘을 많이 다루는 이유가 바로 내부피폭 때문이다.

세슘이 다양한 정밀기기와 심지어는 항암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세계의 표준시간을 정하는 기준시계가 바로 세슘으로 작동 중이고, GPS용 위성에는 모두 세슘 시계가 장착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슘이 내는 파장이 약 91억번 반복하는 주기를 1초로 정의하였기 때문이다. 정밀한 측정을 요하는 관련 기기들은 모두 세슘을 활용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항암치료에는 세슘을 직접 복용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에 염화세슘이 암세포만 죽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말기 암환자들에게 염화세슘+루비듐+포타슘을 복용시키는 치료법이 개발된 상태다.

암세포는 산성에서 더 잘 번식하는 특성이 있는데, 염화세슘이 침투하면 암세포가 염기성으로 바뀌게 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치료 확률이 딱 반반이라는 사실이다. 항암 메카니즘 자체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서 뜬금없이 세슘의 활용을 언급하는 것은 브라질에서 있었던 ‘고이아니아 사고’를 다루기 위해서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보관 중이던 방사성 세슘이 민간에 누출된 사고가 있었다.

1985년 브라질의 작은 도시 고이아니아에서 한 대형병원이 철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거가 법적 분쟁으로 잠시 지연되면서 병원에 도둑이 들었는데, 관리소홀로 인해 방사능 경보 표지가 모두 제거된 방사능 기기에서 염화세슘이 도둑 맞아버렸다.

2인조 도둑은 뭔가 값이 나간 것인가라고 생각하며 의료기기의 뚜껑을 열어버렸다. 그로인해 총 25가구의 250명이 피폭을 당하고, 도시 전체가 폐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이크로 시버트의 열배단위로 피폭된 도둑 2명 및 뚜껑을 같이 연 고물상 주인 그리고 그 딸 등 이들 모두 고통 속에 신음하다 불과 10일 만에 모두 사망해 버렸다.

세슘이 생각보다 멀게 있지 않고, 문제가 되면 무시무시함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왜 우라늄이 아니라 세슘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여러 가지 내용을 다루어 보았다.

자연계에 잘 없는 세슘이기에 과히 인간 욕심의 산유물 이라고도 말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일본 후쿠시마 사태가 아직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관계로 이런 지식들은 많이 알면 알수록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반감기 30년 세슘…몸 안에선 훨씬 짧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반감기가 30년인 세슘137과 2만4300년인 플루토늄239 등 반감기가 긴 방사성 물질에 대한 ‘방사능 공포’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방사성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실제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이보다 훨씬 짧다. 일반적인 반감기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감기는 방사성 물질이 내는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뜻한다.

대기나 토양 등 몸 밖에 있는 방사성 물질의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을 ‘물리적 반감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반감기이다. 몸 안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은 소화, 배설 등 대사 작용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몸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은 ‘생물학적 반감기’이다. 가령 세슘137은 물리적 반감기가 30년이지만 생물학적 반감기는 109일이다. 물리적 반감기가 8.04일인 방사성 요오드는 생물학적 반감기가 138일이다.

방사성 물질이 실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물리적 반감기와 생물학적 반감기를 합친 ‘유효 반감기’로 계산한다. 몸 안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은 고유의 물리적 반감기를 겪으면서 동시에 소화, 배설 등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효 반감기는 두 반감기에 비해 짧다.

예를 들어 물리적 반감기가 10일이고 생물학적 반감기가 5일인 방사성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온 지 10일 지나면 물리적 반감기는 1번 겪고, 생물학적 반감기는 2번 거친다. 따라서 유효 반감기는 생물학적 반감기인 5일보다 짧게 된다.

물리적 반감기가 생물학적 반감기보다 짧은 반대의 경우에도 유효 반감기는 물리적 반감기보다 짧다. 실제 방사성 요오드의 유효 반감기는 7.6일로 두 반감기와 비교해 가장 짧다. 유효 반감기가 108일인 세슘137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선량평가연구소 관계자는 “세슘137의 물리적 반감기가 30년으로 매우 길지만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이보다 훨씬 짧다”고 말했다. 그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 문제가 됐던 플루토늄239는 물리적 반감기뿐 아니라 유효 반감기도 매우 길어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일을 대비해 방사선 질병 치료법을 개발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 백혈병 등 여러 병을 앓을 수 있다. 사람이 시간당 2000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받으면 골수세포에 문제가 생긴다.

이 세포는 우리 몸에 침입한 병원균을 없애는 백혈구와 산소를 전달하는 적혈구를 만든다. 골수세포가 손상되면 백혈병 등 각종 혈액 질환을 앓게 된다. 피폭된 방사선량이 5000mSv를 넘으면 소화기관의 점막에 염증이 일어난다.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 여러 방사선이 세포에 악영향을 미쳐 세포를 죽이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방사선 질병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방사선피폭치료 기술개발팀의 한 연구원은 “골수세포가 많이 생기도록 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골수를 이식할 때 나타나는 면역거부반응도 피할 수 있어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센터에서는 점막에 염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약물도 개발 중이다.

WTO는 지난 2월 22일(현지시각) 일본정부가 제기한 소송결과를 공개하면서 한국정부의 첫 조치가 정당했지만, 지속해서 수입 금지를 유지한 것은 WTO협정에 위배된다며 패소 판정을 내렸다.

우리정부는 패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상소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WTO상소를 철저히 준비하고 수입·유통단계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통해 어떤 경우라도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총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박창수 선임기자   pc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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