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용돈 모아 나눔실천…

경기침체도 어려운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려는 나눔 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2012 송파구 따뜻한겨울보내기 성금품은 12월말 현재 943건, 총 8억3700만원. 생필품 가격 상승, 실업률 증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년 평균보다 1000만원 더 모아졌다. 폐지도 모으고, 시장 다녀온 짜투리 동전도 모으고, 고객들의 1년 안경 무료수리비용 등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겨우살이 기금에 보탰다.  

오금동 백토경로당(회장 유용호) 어르신들은 불편한 몸으로 불법벽보, 신문지, 공병 등을 모아 조금씩 저축한 돈 22만4000원을 기탁했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합심하여 모은 폐지 수익금이다. 재활용 폐지수입으로 나누는 백토경로당의 이웃사랑은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용호(76․오금동) 회장은 “경로당 오는 길에 하나씩 들고 온다. 1년 전체 수익금이 100만원 정도 되는데 노인네들이 함께 오리고기도 먹고, 뷔페도 가고, 남은 것이다. 적어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정달구(68) 할아버지는 풍납동에서 소문난 기부천사다.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파지 등을 팔아 모은 돈을 매년 기부하고 있다. 올해도 매일 1700원씩 365일 간 모은 62만500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자신의 형편도 어렵고 최근에는 건강 악화로 파지수거가 쉽지 않았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보람”이라는 정 할아버지는 살아있는 동안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기부자는 지난해 5월, 11월 2차례 구청 복지정책과를 방문해 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두고 갔다. 현재 사업을 하고 있다고만 밝힌 익명의 기부자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을 뿐이다.

유순례(84․문정1동) 할머니는 평소 시장을 다녀온 뒤 남은 거스름돈이나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조금씩 쪼개 모은 돼지저금통을 문정1동 주민센터에 맡겼다. 장정 한 명이 혼자 들기도 꽤 묵직한 돼지저금통은 무려 30만2500원이 들어 있었다.

유 할머니의 선행은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 여름 전세난으로 갑자기 월세를 올려주게 된 홀몸노인 4명의 딱한 사정을 듣고 각각 월세 15만원씩 60만원을 선뜻 도와주는 등 이웃사랑을 말없이 실천하고 있다. 유 할머니는 “한푼 두푼 돼지저금통 속 동전이 모이는 재미가 건강과 행복을 준다”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창주(39․송파2동) 씨는 고객들의 안경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대신 원하는 사람은 불우이웃돕기 성금함에 성금을 내도록 했다. 이렇게 모은 35만4150원을 기탁했다. 문정2동 성당 아가페회는 성당 안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모아진 자율 수익금 500만원을 쾌척했다. 잠실여고학생회는 100만원 상당의 쌀과 라면을, 잠신고 학부모회는 성금 76만원을 각각 기탁했다.

특히 잠실여고 학생자치회는 지난 12월 평소 모은 용돈으로 어르신들이 좋아할만한 물품을 준비해 선․후배가 짝이 돼 학교 주변 독거어르신 28가구를 방문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숨은 끼를 보여드리고, 어리광도 부리고, 청소․안마도 해주는 등 사라져가는 경로효친사상을 몸소 실천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방이2동 청소년봉사아카데미는 정성껏 만든 ‘사랑의 환경수세미’ 판매수익금 42만5500원을 관내 취약계층인 고시원 거주자들에게 지정 기탁했다. 또한 성탄 전날은 독거노인들에게 케익나눔행사를 갖는 등 내실 있는 청소년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기업체나 단체들의 사랑나눔도 잇달았다. 4년째 1억원 상당의 유아복을 기증하는 유아복 제조업체 YON(대표 이병한․구리시 소재)은 올해도 1억4000만원 상당의 유아복 1만여점을 기탁했다. 이번에 기증된 유아복은 서울시아동복지협회를 통해 서울 시내 아동복지시설에 전달된다. 풍납동새마을금고는 주민참여 모금액만큼 후원해 지역 저소득주민에게 되돌려주는 1+1 사랑의 동전모금 사업을 3년째 실천하고 있다. 올해도 지역주민이 모은 성금 1000만원에 새마을금고 1000만원 후원금을 보태 총 2000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또한 오금동에는 신분을 밝히기를 한사코 꺼리는 폐지수집 노부부가 있다. 80대 노부부는 2년 전부터 재활용, 파지 등을 수거해 소년소녀가정 2가정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비교적 가정적 여유가 있는 자식들도 “아이들이 불쌍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노부부의 간곡한 마음을 말리지 못했다. 노부부의 행복은 “처음엔 피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마음을 열고 친손주들처럼 가까워진 것”이다. 

지난 12월 시작된 희망 2011 따뜻한 겨울보내기 사랑의 릴레이는 2월까지 계속된다.  

장기철 기자  cocokd@ilyo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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