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선데이(일요)저널칼럼니스트

경남 사천 출신
사천 용산초, 제일중, 삼천포고, 방통대 졸업
부산대학원(공학석사)
전) 부산광역시장 비서실장/ 감사관/ 행정자치국장/부산시 공직자윤리위원, 인사위원 등
홍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등

1592년 4월13일 오후5시경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일본군 제1군을 이끌고 절영도(현 부산광역시 영도구)에 상륙하면서 시작된 임진왜란이 1598년 11월 19일 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노량앞바다에서 왜선 200여척을 격파하고 왜군의 유탄에 장군이 전사 하는 날까지 장장 7년간을 조선을 전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한 왜란이었다.

전쟁이 벌어진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그해 6월 15일 평양성이 함락되고 선조 임금은 의주로 피난을 하게 된다. 6월 22일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우키다 히데이(宇喜多秀家)’가 지휘하는 일본군 9만 명이 진주성을 공격하고, 조선은 진주목사 ‘김시민’의 지휘로 6일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진주성이 함락되고 주민 6만 명이 살육되었다. 이렇듯 전쟁의 참화는 말할 수 없이 백성의 민생을 피폐시키고 가슴에 큰 한을 남겼다.

임진왜란 당시 대표적인 일본군 장수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를 말하고 있지만, 조선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순신’, ‘권율’ 장군 등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활동한 많은 분과 의병장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역사의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사명대사’(1544~1610)는 임진왜란 당시 의승군(義僧軍)을 이끌고 왜군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워 호국불교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스님의 진면목은 전쟁 중 당시 일본 지휘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와 협상을 갖고 왜군 철수 등을 협의하는 등 탁월한 외교 전략을 펼친 데서 찾아야 한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조선에 어떤 보배가 있는가” 임진왜란이 나고 2년 후인 1594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최측근 장수 일본군 지휘관 ‘가토 기요마사’의 물음에 사명대사가 거침없이 답했다. “우리나라에선 당신의 머리를 보배로 여기고 있다. 그러니 보배는 일본에 있다.” ‘사명대사’의 대담한 발언에 ‘가토 기요마사’는 움찔했다. 조선을 초토화한 일본 지도부를 향한 일갈에 왜장은 끝내 칼날을 드러내지 못했다.

왜군의 진영에 들어가 적진을 정탐하고 정전을 모색하기 위해 조선정부의 공식적인 외교 사절로 간 자리였다. ‘사명대사’는 울산 서생포 왜성에서 세 차례의 회담을 통해 왜군의 허와 실, 그리고 정세 흐름을 파악해 정부에 그 대책을 고하는 등 국면전환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대사가 처음 왜장 영중으로 들어가 회담하게 된 것은 전쟁 발발 2년이 가까워오는 1594년 4월이었다. 당시 전쟁은 소강상태에서 일본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전쟁 초기 일본군 선봉장)’와 명나라 정부 측 인사인 ‘심유경’ 간에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협상이 오고갔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에 조선정부와 명나라는 ‘고니시 유키나가’와 적대 관계였던 ‘가토 기요마사’를 부추겨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불화를 조성해 일본을 스스로 물러가게 하려 했다. 이때 적임자로 의승군 대장으로 활약했던 ‘사명대사’가 발탁된 것이다. 

‘가토 기요마사’는 경쟁관계에 있던 ‘고니시 유키나가’와 명나라 사신 ‘심유경’과의 회담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 일본의 요구 조건은 ①일본 관백이 중국 천자의 딸과 혼인할 것, ②조선 영토를 일본에 할양할 것, ③예전과 같이 교린을 계속할 것, ④왕자 한 사람을 일본에 보내 영주토록 할 것, ⑤조선의 대신을 인질로 들여보낼 것 등이었다. 

그러나 ‘사명대사’는 이런 망국적 강화 조건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 이유 없이 군대를 움직여 조선의 백성을 짓밟아 죽이고, 우리 종사를 도탄에 빠트렸다. 영웅의 눈물은 밥을 먹는 사이라 하더라도 마를 때가 없는데 여느 겨를에 왕자를 거친 바다 밖으로 보내 이국에서 영주하게 하겠는가. 일개 스님의 몸으로 백 번 죽는 일을 받을지언정, 왕자를 보내는 의논은 한사코 따를 수 없다”고 했다. 

이 역사적인 회담으로 인해 조선정부는 그때까지 명·일간 비밀리에 진행되던 자국 영토 할양이나 왕자 인질 등 조선 조정이 모르고 있었던 놀랄 만한 내용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바람 앞에 등불처럼 모르는 사이에 조선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었다.

이 시기에 나타난 우리 민요의 후렴구로 널리 알려져 있는“쾌지나 칭칭 나네!”라는 경상도 민요는 음력 정월 보름날 줄다리기대회 때 놀이꾼들이 불렀던 노래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이 있으나, 경상도 일대에서 꽹과리소리를 ‘칭칭이 소리’라든가 ‘치나 칭칭’이라고 하는 말로 미루어 이를 본 딴 것이라고도 하고, 임진왜란 때인 1597년경에 나온 노랫말로서 “쾌재라, 가등청정이 쫓겨 나가네”가 줄어든 말이라고도 한다. 
 
쾌재라(快哉-)는 ‘좋구나’, ‘시원하구나’란 뜻을 가진 옛말의 감탄사로, 가등청정(加藤淸正)이라 불리는 가토 기요마사(1562∼1611년)가 쫓겨 달아나는 모양을 노래에 붙인 것인데, 운율을 맞추자니 자연히 부르기 편하게 줄어든 것이라 한다. 왜군이 쫓겨 달아나는 모습을 그린 이 노래에 백성들의 전쟁 종식의 바람과 안도감, 희망이 배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국내·외적의 시기에 살고 있다. 내적으로는 서민경제의 어려움으로 가계가 팍팍하고 외적으로는 북핵문제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속담에 “칠월 장마는 꾸어서 해도 한다”는 말이 있다. 칠월에는 으레 장마가 있게 마련인데, 그런 장마를 피하려 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를 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복잡다단한 삶에서 아무런 준비와 계책 없이 안일하게 살다간 예상치 못한 낭패를 맛보기 마련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유비무환’ 정신을 갖추는 것이 국가지도자들과 우리국민 모두의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쾌지나 칭칭나네!’를 신명나게 부를 수 있도록….

조성호 칼럼니스트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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