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친척보다 이웃이 났다는 말은 옛말이 돼 버린 것인가. 공동주택 거주자가 전 국민의 70%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층간흡연, 주차문제 등으로 이웃 간 분쟁이 사회적 문제로 끊임없이 부각되고 있다. 층간소음과 흡연, 주차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살인 등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웃 간 층간소음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 살인 등 강력 범죄로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층간흡연과 주차문제도 이웃 간 분쟁 원인으로 불거지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맞닥뜨린 공동주택에서의 이웃 간의 갈등문제에 대책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웃 간 마음을 연 교류와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7월 2일 경기도 하남에서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사건은 작년 7월 경기도 부천에서도 발생했으며, 같은 달 부산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집에 3차례에 걸쳐 불을 지르려 한 20대가 방화미수 혐의로 입건되었는가 하면, 2013년 서울 중랑구·양천구, 인천 부평구 등에서도 일어난 바 있어 공동주택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살인까지 부르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층간소음, 층간흡연, 주차문제 등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은 부산에서만 한 해 1백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어, 현재 공동주택 거주자들은 층간소음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다고 인식하는지, 층간소음으로 항의하거나 항의 받은 경험, 그리고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층간흡연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다.

한국인 네 명 중 세 명, 아파트나 연립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실정

갤럽이 2016년 7월 첫째 주(5~7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현재 살고 있는 주택 형태를 물은 결과 '아파트·주상복합'(55%), '연립·다세대·빌라'(17%) 등 공동주택 74%, 단독주택 26%로 나타났다. 연령별 공동주택 거주 비율은 20~40대에서 80%를 넘었고, 50대는 71%, 60대 이상은 57%였다.

이 같이 전 국민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에서 살다보니, 층간소음, 주차 시비 등 이웃 간 갈등이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당사자가 직접적으로 대면한 경우 서로의 감정을 더욱 격화시켜 범죄로까지 비화되는 게 현실이다. 지속적인 이웃 간 갈등은 당사자 간 화해를 하지 않으면 비용과 시간을 들여 법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법원은 공동주택의 윗집 누수로 인해 아랫집이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소송을 낸 사안에서 윗집 배상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지난 3월 5층 건물 공동주택 1층과 2층 주민들이 3층 집주인을 상대로 “윗집서 물이 새 피해를 봤다”며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3층 집주인에게 보수공사비 총 88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1ㆍ2층 주민들은 윗집에서 물이 새 집 천장을 적시고 있는 것을 발견한 후 그 원인을 3층 집에 있다고 추정하고 3층 집주인에게 방수 공사를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묵살 당했다. 집주인은 “공용 부분 배관 문제”라며 조치하지 않았다.

법원이 전문가에게 누수 감정을 의뢰해 조사한 결과, 3층 집 욕실 바닥과 배수구 등의 방수 상태가 불량했다. 집주인 설명은 거짓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집주인에게 그동안 아랫집 주민들이 입은 피해를 보수하는 공사비를 지급하고 방수공사 이행 명령도 내렸다. 이 사안은 이웃 간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번진 사례에 해당된다.

층간흡연도 공동주택에서 이웃 간 갈등으로 불거지고 있다. 특히 화장실에서 핀 담배연기가 환기구를 타고 위 아래층으로 퍼져나가고, 공용계단 및 복도에서 담배를 피워 냄새가 아파트 전체로 퍼져나가 이웃 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공동주택 거주자,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층간소음 (매우+조금) 심각하다' 31%
- 2013년 인천 부평구 층간소음 살인 사건 직후 조사에서는 '심각하다' 42% 

공동주택 거주자 741명에게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층간소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은 결과 '매우 심각하다' 12%, '조금 심각하다' 18% 등 31%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39%,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29%였다.

현 거주 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남성(26%)보다 여성(35%), 특히 상대적으로 집안 체류 시간이 긴 가정주부(42%)에서 많았다.

지난 2013년 2월 서울 중랑구·양천구 층간소음 살인사건 발생 직후 조사에서는 42%가 '심각하다'고 답한 바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11%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들은 층간소음 저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불과 3년 5개월 만에 공동주택 상당수에 차음(遮音) 시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층간소음 심각성 인식이 감소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정도로 추측된다.

첫째, 공동주택 거주자의 경각심 제고와 자구책 마련이다. 분쟁은 여전히 끊이지 않지만 2013년 연이어 발생한 층간소음 살인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 언론,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등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주의 당부와 이웃 간 배려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이러한 노력이 일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조사 시기의 계절적 차이다. 2013년은 겨울인 2월, 올해는 여름인 7월에 조사가 이뤄졌다. 주요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나 분쟁은 겨울에 집중된다고 한다.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창문을 닫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층간소음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거주자,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집에 항의한 적 있다' 23%
-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집으로부터 항의 받은 적 있다' 19% 

공동주택 거주자 중 23%는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집에 항의한 적이 있고, 이웃집으로부터 항의 받은 적 있는 경우는 19%로 나타났다. '항의한 적 있다'는 응답은 30~50대(약 25%)가 20대와 60대 이상(20% 미만)보다 상대적으로 많았고, '항의 받은 적 있다'는 40대(30%)에서 두드러졌다.

층간소음 관련 민원 분석에 따르면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소음 유발원인 1순위로 꼽히는데, 40대는 유·청소년 자녀 부모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다.

현 거주 주택의 층간소음 심각성 인식은 2013년보다 감소했으나, 이웃집 항의 경험률에는 큰 변화 없었다. 참고로 2013년 조사에서는 공동주택 거주자의 17%가 '층간소음 때문에 이사를 고려한 적 있다', 60%는 '천만 원 더 비싸더라도 층간소음 적은 아파트를 사겠다'고 답한 바 있다.

공동주택 거주자, 층간흡연 때문에 '불편 느낀 적 있다' 42%
- 연립·다세대 거주자보다 아파트·주상복합 거주자 피해 경험률 높아 

최근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으로 호흡기 질환과 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공동주택 층간 소음과 더불어 층간흡연의 폐해도 자주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12월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연면적 150㎡(45평) 이상의 모든 식당, 커피숍, 술집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금지됐고,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음식점과 술집, PC방 등으로 확대 적용됐다.

상업시설뿐 아니라 '금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금연 구역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16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경우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공동주택 거주자 중 42%는 층간흡연, 즉 이웃집 사람이 화장실이나 베란다 등 집안에서 흡연하는 것 때문에 불편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층간흡연 피해 경험은 남성(34%)보다 여성(51%), 연립/다세대/빌라 거주자(33%)보다 아파트/주상복합 거주자(46%)에서 더 많았다.

연립·다세대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저층이어서 집밖으로 나가 흡연하기 쉽다. 그러나 대규모 고층 아파트는 단지 전체가 금연 구역인 경우가 많아 집밖에서도 마땅히 흡연할 곳이 없고 실내흡연 할 경우 인접 세대 수가 많아 피해 범위가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연립·빌라·다세대·기숙사 등 공동주택에서의 이웃 간 다툼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은 ‘교류단절’에서 찾을 수 있다. 주거문화가 공동주택으로 바뀌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옆집에 거주하는 남성을 귀갓길에 만나 같은 방향으로 따라 오는 것을 두고 성추행범으로 오인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이웃 간 교류단절 상태가 그 만큼 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알고 지내는 이웃은 그리 많지 않다. 독거노인이나 독신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공동주택에서 사망하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되기도 한다. 이웃 주민들은 심한 악취가 나거나 해서 관리사무소에 신고함으로써 알려지곤 한다.

공동주택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소한 이웃 간 갈등도 서로 대화나 양보보다는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5위로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층간흡연, 주차문제 등 이웃 간 다툼 해결방안은 없는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주택의 이웃 간 분쟁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웃 간 분쟁이 완전히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공동주택 ‘소음방지를 위한 층간 바닥충격음 차단구조기준’을 강화했고, 단위 세대별 자동역류방지 댐퍼설치를 의무화했다. 또 관련법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도 개정해 시행중에 있다. 하지만 20~30년 전에 건설된 공동주택에 대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 21일 공동주택에서의 이웃 간 분쟁을 대화와 조정으로 해결하기 위해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를 개소했다. 조정대상은 주차, 층간소음 등 이웃 간 발생하는 분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안들이 공동주택 이웃 간 갈등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공동주택 거주자들은 이웃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열린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부산특별취재팀  sunday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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